피렌체 와인바. 아르노 강변 와인 테라스 Firstglass
Firstglass
Lungarno degli Acciaiuoli, 6R, Firenze
월요일 ~ 일요일 11:30 ~ 22:30

피렌체를 대표하는 명소인 베키오 다리 옆에 자리한 와인바, 퍼스트글라스. 강변을 마주한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것처럼, 가볍게 와인 한 잔 즐기기에 딱 좋은 캐주얼한 분위기를 지닌 곳이다.

아르노 강변을 걷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 퍼스트글라스 와인바. 이날은 피렌체 여행 마지막 날이었고, 두 시간 정도 후에는 짐을 챙겨 공항으로 떠나야 할 참이었다.
곧 이 매력적인 도시를 떠난다는 생각을 하니 아쉬움이 너무나도 컸고, 마지막으로 맛있는 토스카나 와인 딱 한 잔만 더 하면 좋겠다 싶었던 순간, 이 와인바가 우리 눈앞에 등장한 것이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았던 건 바로 강변에 비치된 테이블이었다. 이곳에 자리를 잡고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강변 경치도 감상하고 사람 구경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니 탁자에 비치된 작은 유리병들에 대한 호기심도 이곳에 자리를 잡는데 한몫했다.

피렌체 감성이 제대로 묻어나는 와인 윈도우도 있었다. 피렌체에는 부케테 델 비노(Buchette del Vino)라고 불리는 와인 창문이 있다.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를 지닌, 피렌체의 독특한 문화다. 피렌체 역사 중심지에는 여전히 150개가 넘는 와인 창문이 남아 있다고 한다. 일부는 오늘날에도 실제로 사용되고 있다.

퍼스트 글라스 와인 창문에서도 8유로에 미니 와인 한 병을 구입해 갈 수 있다.

독특한 인테리어의 퍼스트글라스 내부. 아주 깔끔하고 또 조명도 밝았는데, 와인바가 아니라 화장품 매장 같은 느낌이다. 순간적으로 잘못 들어온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진열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작은 유리병들. 위쪽에 디스플레이 해 놓은 병들은 영락없이 화장품 같은 이미지다. 그런데 이 유리병 안에 담긴 것이 모두 와인이란다.

여섯 가지 미니 와인을 담은 패키지 상품도 판매하고 있었다. 가격이 69유로부터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니, 내가 원하는 와인을 선택해서 자유자재로 패키지를 구성할 수 있는 것 같다.

한 바퀴 내부 구경을 마치고 점찍어 두었던 소파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퍼스트글라스 와인바에 대해 소개하는 브로셔가 비치되어 있었다.

와인을 따르고 스월링을 하며 색을 감상하는 것에 대한 설명문. 아쉽게도 이탈리아어 밖에 없었다.

향을 음미하는 방법과 아로마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영어 브로셔가 구비되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클래식 와인과 베스트 이탈리안 와인으로 구분되는 와인 테이스팅 메뉴가 있었다. 각각 30유로, 40유로로 제공된 와인 리스트에서 2가지를 골라서 시음할 수 있다.

우리는 딱 한 잔의 와인만 마시고 싶어서 일반 메뉴판을 요청했다. 우리가 방문한 날에는 화이트 와인 7가지, 로제 와인 4가지, 레드 와인 8가지로 총 19가지의 와인이 준비되어 있었다.

기분은 화이트 와인이었지만, 피렌체를 떠나기 전에 맛있는 토스카나 레드 와인을 한 잔이라도 더 맛보고 싶은 욕심에 둘 다 레드 와인을 선택했다.
남편은 Terra Greta, Tenuta Montiani, Toscana 2020 16 eur 선택.
나는 Rosso IGT Toscana, Fattoria Le Masse, Toscana, 2023 18 eur 선택.
기본 안주는 무료로 제공되었다. 구성은 비스킷, 올리브, 땅콩.


퍼스트 글라스만의 독특한 와인 시음 시스템. 와인은 코르크 마개를 여는 순간부터 산화가 시작된다. 럼주나 위스키와 다르게 일단 오픈한 와인은 오래 보관할 수가 없다.
이곳의 와인은 모두 100ml 용량으로 병입된 것으로 일반적인 와인 한 잔의 용량이다. 이제 막 오픈해서 따른 첫 잔과 같이, 모든 와인을 가장 신선한 맛 그대로 즐길 수 있도록 특별히 고안한 시스템인 것이다.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아이디어가 맘에 쏙 들었다. 그렇게 직접 오픈해서 맛보는 싱그러운 향이 감도는 맛있는 토스카나 와인.
피렌체 여행의 피날레를 장식하기에 탁월한 선택이었다. 편안한 소파에 앉아 아르노 강변을 걷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오후의 여유를 만끽했던 30분 남짓한 이 시간은 지금까지도 피렌체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 중 하나로 손꼽힌다.

우리가 자리를 잡을 때만 해도 아무도 없어서 인기가 없는 곳인가 하는 염려도 있었다. 그런데 검색해 보니, 지도 평점이 무려 4.9점이었다. 후기를 믿고 도전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아마도 우리가 방문했을 때가 와인을 양껏 즐기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었던 것 같다. 얼마 지나지 않아 테이블이 하나 둘 채워졌고 우리가 이곳을 떠날 즈음에는 모든 테이블이 채워져 만석이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문한 100ml 미니 와인 두 병에 자릿세는 0 유로? 항목은 있는데 비용은 청구하지 않았다. 안주도 무료로 제공되었는데 말이다.
원래 안 받는 것인지 오늘의 첫 손님을 위한 특별 서비스인지는 모르겠지만, 작은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강변에 자리한 야외 테라스라 당연히 자릿세를 받을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기분 좋은 추억이 가득한 퍼스트 글라스. 피렌체에서 캐주얼한 분위기에서 가볍게 와인 한 잔 즐길 수 있는 와인 카페, 와인바를 찾고 있다는 Firstglass 에 방문해 보기를 추천한다.
글, 사진 by 트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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