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만나는 우주, 프라하 조명 공원 후기
아마도 작년 12월쯤이었던 것 같다. 강변을 따라 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강 건너편으로 현란한 빛의 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알록달록한 색감의 조명이 가득해서 호기심이 생기긴 했지만, 거리가 있어 자세히는 볼 수가 없었기 때문에, 어떤 행사가 있는 것인가 보다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겼더랬다.
그런데 며칠 뒤에 남편이 이 화려한 빛의 정체를 알아냈다. 블타바강 둔치에 수상 스포츠와 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비치 공원이 있는데, 겨울마다 이곳에서 조명 축제가 열린다는 것이다. 몇 달 동안 진행되는 이벤트이니, 조명 전시회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일 것 같다.
시간 될 때, 한번 가보기로 했었는데 연말에는 남편도 나도 너무 바빠서 결국 미루고 미루다 전시회가 종료되고 말았다. 그래서 다음 겨울에는 꼭 가보자고 했었다. 그리고 바쁜 연말을 보내고 1월 중순에 드디어 조명 공원을 방문했다. 근처에 차를 주차하고 조금 걸어가니, 입구도 이렇게 조명으로 게이트가 세워져 있었다.
오픈 시간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오후 4시부터 오후 9시까지인데, 우리는 오후 7시쯤에 방문했고 사람이 많지 않아 여유로운 분위기였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예쁜 회전목마도 돌아가고 있었는데, 6 ~ 7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 한 명이 엄마를 향해 미소와 손짓을 보내며 신나게 즐기고 있었다.
회전목마를 지나서 더 안쪽으로 들어가야 전시회장 입구와 티켓 오피스가 나온다. 그런데 요금표를 보니 월별로 입장료가 다르다. 12월이 더 비싸고 11월과 1월에는 90 CZK 더 저렴했다.
아무래도 크리스마스 마켓이 운영되는 12월에 프라하 역사지구가 가장 붐비는 것처럼, 여기도 12월이 가장 핫한 시즌인 것 같다. 우리는 항상 붐비는 것보다는 한적한 분위기를 좋아하니 시기를 적절하게 잘 맞춰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구에서부터 나무를 장식하고 있는 화려한 전구들. 1월 6일에 구시가 광장 크리스마스 마켓도 마무리되었고 이제는 프라하 거리 곳곳을 장식했던 조명 장식들도 다 철거되어서 아쉬운 마음이 있었는데, 이렇게 다시 밝은 조명이 가득한 공간으로 들어오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조명 공원 안으로 들어가니, 지구를 포함해서 금성, 수성, 목성 등 태양계 행성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 매년 전시회 컨셉이 바뀐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Space Light Praha'로 '우주, 빛의 프라하'라고 한다. 말 그대로 조명으로 우주를 구현해 놓은 빛 전시인 것이다.
넓은 띠를 두르고 있는 토성과 회오리 치는 붉은 줄무늬가 특징적인 목성. 5m에 달하는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거대한 구체들이 공원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별 모양으로 된 포토존도 있고 타오르는 것 같이 붉은 화성도 있고 초록색과 푸른색이 혼재되어 독보적인 아름다움을 뽐내는 지구도 예쁘게 빛나고 있었다. 주로 그림이나 사진 자료로나 볼 수 있는 행성을 이렇게 물리적인 형체로 마주하니 신비로운 느낌이 들었다. 행성들 사이에 우주로 날아가는 것이 세워진 로켓도 있었다.
유성과 혜성도 있었는데, 각 천제의 특징을 아주 제대로 담았다.
인공위성과 우주비행선도 있다. 우주선은 실제보다는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외계인들의 비행선 같은 이미지였는데, 들어갈 수 있도록 한 쪽이 오픈되어 있어서 안에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
곳곳에 깜찍한 포즈의 우주비행사 조형물도 있다. 딱 아이들이 사진 찍기 좋은 사이즈다.
토성이 담기는 조명 액자와 무지개 빛깔의 조명이 장식된 터널. 규모가 큰 전시회는 아니어서 은은하게 비추는 조명을 감상하며 가볍게 산책이나 하자는 마음이었는데, 중간중간 깨알 같은 재미를 주는 요소들이 있어서 기대했던 것보다 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무지개 터널은 또 다른 우주 공간으로 연결되는 웜홀을 표현한 것 같다.
기념비 같은 곳에서 사진 찍는 걸 유독 좋아하는 우리 남편은 저 덩치를 하고는 만질 수 있는 모든 것, 들어갈 수 있는 모든 곳에 자리를 잡고 빨리 사진을 찍으라며 환한 미소를 지어댔다.
꽁꽁 얼어붙은 연못 뒤로 빛나는 트리와 행성들이 너무 낭만적이었다. 강가에 자리한 공원이라 주변에 건물도 많지 않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끽하기에 딱이었다.
이렇게 따뜻하게 몸을 녹일 수 있는 이글루도 있고 바로 옆에는 간단한 스낵과 음료를 구입할 수 있는 매점도 있다.
한두 시간 정도 가볍게 산책하듯이 둘러보면 딱 좋은 곳인데,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이라면, 잠시 짬을 내어 다녀오기 딱 좋은 테마 공원이다.
밤에만 감상할 수 있는 낭만적인 공원인 만큼, 한적한 곳을 찾는 커플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딱이다.
글, 사진 by 트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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