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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8월 여행. 알프스 호수 트라운제에서 수영하기

travelmong 2025. 2. 18. 00:33

8월의 오스트리아는 굉장히 뜨거웠다. 최고 기온이 30 ~ 35도를 웃돌며 타들어갈 듯한 더위의 연속이었다. 물론 내륙 국가라 공기는 아주 건조해서 그늘에 들어가면 선선한 편이다. 그렇지만 볼 것도 할 것도 산더미인 여행 중에는 그늘진 곳에서 하염없이 세월을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왕에 알프스 지역으로 여행을 왔으니, 푸른 호수에서의 수영으로 더위를 식히기로 했다.

 

 

그문덴(Gmunden)에서 섬 위에 세워진 오르트 성(Schloss Ort)으로 가다 보면 호수로 첨벙첨벙 뛰어드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수면 위에 머리만 동동 떠 있는 사람들도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름이면 호수에서 수상 스포츠를 즐기고 산골짜기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는 것처럼 유럽 사람들도 바다든 호수든 뛰어들어 수영을 즐긴다.

 

 

오스트리아에는 바다는 없지만 바다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거대한 호수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어디에서든 자유롭게 수영을 즐길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수영을 즐기는 특정한 스팟들이 있다. 'Strandbad'라고 지도 앱에도 표시되어 있는데, 해수욕장이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해서 제대로 된 시설이 갖춰져 있는 것은 아니다. 어린아이들이 안전하게 놀만한 수심이 낮은 구역이 있거나 천천히 입수할 수 있도록 수중 사다리가 설치되어 있는 정도인데, 심지어는 수상 안전요원이 없는 경우도 많다. 호수를 그대로 활용한 자연 수영장인 만큼 안전에 대한 책임도 본인에게 있는 것이다. 이곳에는 응급구조 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유럽 사람들은 이런 환경이 너무나도 익숙하고 당연하다는 듯이 전혀 개의치 않고 다이빙도 하고 구명조끼 없이 자유롭게 헤엄치고 다닌다. 어릴 때부터 생존 수영을 익히는 것이 일반적이라서 아주 어린아이들을 제외하고는 튜브를 사용하는 것도 보기 드물다. 

 

 

다행히 우리 부부는 둘 다 수영을 좋아하고 잘 한다. 그래서 여름에는 어디를 가더라도 늘 수영복과 타월을 차에 넣고 다닌다. 수영하기 좋은 스팟을 발견하면 언제든 퐁당 뛰어들기 위함이다. 

 

 

오르트 성을 배경으로 이렇게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면서 수영할 수 있는 곳을 발견했는데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햇살이 너무 뜨거워서 조금만 더 있으면 더위를 먹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돗자리를 깔만한 나무 그늘을 탐색한 다음 후다닥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 당연히 탈의실 같은 것도 없어서 타월로 대충 가리고 꼬물거리며 수영복에 몸을 욱여넣었다.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서 이 정도는 불편한 일도 아니다.

 

 

일단은 워터 슈즈만 신고 들어갔다. 빙하가 녹은 물이 흘러 생성된 호수라 아무리 뜨거운 날씨라도 물은 얼음장이다. 심장에 무리가 올 수 있으니 알프스 호수에서 수영할 때는 첫 입수에 다이빙을 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발, 다리, 허리, 가슴까지 시간적 여유를 두고 천천히 들어가야 한다. 처음에는 수영이 가능할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차갑게 느껴지지만 조금만 지나면 곧 적응된다. 

 

트라운제는 오스트리아에서 네 번째로 큰 호수로 알려져 있는데, 깊이로는 오스트리아 호수 중에서 최고라고 한다. 가장 깊은 곳은 무려 191m에 달한다고 하니, 아무리 호숫가라고 해도 수심은 상당히 깊다. 물에 들어가자마자 발이 닿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얼마나 깊은 곳을 헤엄치고 있는 것인지는 사실 알 수 없다. 수영이 미숙한 경우라면 꼭 튜브나 라이프 재킷을 착용하고 들어가는 것이 좋다

 

우리는 수영이야 잘 하지만 운동하듯이 숨 가쁘게 헤엄을 치는 것보다는 주변 풍경을 감상하면서 여유롭게 유영하는 것을 즐긴다. 그래서 늘 오리발을 가지고 다니는데, 자연 호수 수영장이다 보니 튜브든 에어 매트리스든 오리발이든 그 누구의 눈치도 볼 것이 없다. 그저 나의 페이스대로 내키는 대로 즐기면 그만이다. 

 

아름다운 알프스 호수에서의 수영은 더위를 식히는 것 그 이상의 만족감을 선사한다. 몸과 마음이 모두 힐링 되는 특별함을 안겨주니 7월, 8월 무더운 여름에 잘츠캄머구트 지역을 여행한다면 알프스 호수에서의 수영에 도전해 보기를 추천한다.

 

 

 

글, 사진 by 트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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