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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한 번 가봐야 할 유럽 크리스마스 마켓. 독일 드레스덴 슈트리젤마르크트 후기

travelmong 2024. 11. 25. 22:54

드레스덴 슈트리젤마르크트(Striezelmarkt)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크리스마스 마켓 중에 하나다. 1434년에 설립된 시장으로 알려진 슈트리첼마르크트는 6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이어오는 전통을 지니고 있다. 긴 역사만큼이나 그 규모가 상당해서 세계에서 가장 큰 크리스마스 마켓 중 하나로도 유명한데, 매년 이 시장을 찾는 여행자가 300만 명에 달하고 있다. 긴 역사와 큰 규모로 명성이 자자한 만큼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 거리가 가득하기 때문에 12월 겨울에 독일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꼭 방문해 보기를 추천한다. 

 

독일 드레스덴 크리스마스 마켓 전경

 

드레스덴은 독일 동부에 위치하고 있는 작센주의 주도로 엘베 강변에 자리하고 있는 도시다. 내가 살고 있는 체코 프라하에서는 차로 두 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데, 국경을 넘어가야 닿을 수 있는 곳이지만 체코와 독일 모두 쉥겐 지역이기 때문에 마치 이웃 동네를 다녀오는 것처럼 가볍게 마실 다녀오는 기분으로 오가는 도시 중에 하나다. 

 

프라하와 드레스덴을 연결하는 대중교통편이 꽤나 저렴하기 때문에 버스나 기차로도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이날은 남편과 함께 간 여행이라 차로 다녀왔지만 혼자서 갈 때는 체코 버스회사인 스튜던트 에이전시(Student Agency)나 독일 플릭스버스(FlixBus) 또는 기차를 이용하고 있다.

 

참고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기간, 특히 주말에는 차로 이동하는 경우에는 오전 중에 도착하도록 일정을 잡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는 당일 아침에 여유를 부리다가 점심때를 넘겨버린 오후 시간에 드레스덴 시내에 도착했는데, 광장부터 쇼핑센터까지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모든 주차장이 만차여서 한참 동안을 차 안에서 갇혀 있어야 했다. 이 시기에는 가급적 차로 이동하는 것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의견이다.

 

버스나 기차를 타고 이동하면 드레스덴 중앙 기차역으로 도착한다. 드레스덴 역사지구까지는 걸어서 15분 정도면 닿을 수 있는데, 역사지구로 가는 길 양쪽으로는 쇼핑센터가 자리하고 있고 여기에도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와 스낵을 파는 상점들이 소소하게 자리하고 있다. 이 지역에는 현대식 건물들이 즐비해서 마켓보다는 조명 장식이 더 화려하다.

 

쇼핑 목적을 겸해서 방문하는 것이라면 관심 있는 브랜드나 쇼핑몰을 미리 확인해 두면 좋은데, 일요일이나 법정공휴일에는 쇼핑센터 및 상점이 모두 영업을 하지 않으니 쇼핑을 염두에 둔 여정이라면 미리 날짜와 요일을 체크해 두어야 한다.

 

Striezelmarkt

 

스트리젤마르크트는 구시장인 알트마르크트(Altmarkt)에서 열린다. 길게 이어지는 쇼핑 거리를 지나서 횡단보도를 건너고 몇 개의 쇼핑몰만 더 지나면 노점상으로 가득 찬 스트리젤마르크트 나온다. 드레스덴에서는 알트마르크트와 신시장인 노이마르크트(Neumarkt)를 포함해서 엘베강 건너편의 신시가지까지 널찍한 면적이 확보되는 다양한 공간에 마켓이 열리는데, 그중에서도 알트마르크트에서 가장 큰 규모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 광장에 또 하나의 작은 빌리지를 조성해 놓은 느낌이라서 일단 안쪽으로 진입하면 방향 감각을 완전히 상실해 버릴 정도다.

 

미니 관람차 / 회전목마

 

광장 한편에는 조그마한 관람차가 돌아가고 있다. 회전목마는 무려 두 개나 운영되고 있는데, 어린이들을 위한 작은 회전목마가 하나 있고 놀이공원에 가야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성인도 탑승 가능한 커다란 회전목마도 있다.

 

우리는 관람차는 규모가 작아서 패스하고 회전목마를 탔는데, 사람이 많지 않아서 티켓을 구매하고 바로 탈 수 있었다. 오랜만에 동심에 빠져들면서 유원지에 놀러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2층 칸에 앉으면 마켓 전경을 360도 파노라마로 돌아가면서 감상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으니, 기다리는 줄이 길지 않다면 회전목마는 탑승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슈트리첼마르크트 먹거리

 

마켓 구경에서 빠질 수 없는 건 단연 다채로운 먹거리들! 소시지로 유명한 독일인 만큼 통통한 소시지, 1m짜리 소시지 등 다양한 맛과 두께, 길이의 소시지를 그릴에 굽고 있는 매대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독일에서는 구운 소세지를 브랏부어스트(Bratwurst)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맛있는 메뉴는 역시 독일 떡볶이라고도 불리는 국민 간식인 커리부어스트(Curyywurst)다. 커리부어스트는 구운 소세지를 잘라서 커리맛 케첩에 버무리거나 토마토 소스를 얹고 그 위에 카레 가루를 뿌린 음식인데, 감자튀김을 곁들이면 한 끼 식사로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든든하다. 그 외에도 프레첼, 미니 피자, 바게트 샌드위치, 스프 등 다양한 먹거리가 넘쳐난다. 

 

크리스마스 슈톨렌(Christstollen)

 

드레스덴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꼭! 먹어보기를 추천하는 메뉴는 바로 '슈톨렌(Stollen)'이다. 슈톨렌은 견과류, 향신료, 말린 과일, 설탕에 절인 과일, 마지판(Marzipan)이라고 불리는 달콤한 아몬드 페이스트 등으로 만든 독일의 크리스마스 케이크다. 특히 드레스덴에서 만들어지는 슈톨렌은 지역 특산품으로 연중 내내 관광객들이 기념품으로 구입해 갈 정도로 유명하다.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닌데 마켓을 구경하다 보면 소분해서 판매하는 상점들도 있고 시식해 볼 수 있도록 작게 조각내어 담아놓은 곳도 있으니 일단 한입 맛이라도 보길 추천한다.

 

스트리젤마르크트 음료 매대

 

독일 크리스마스 여행에서 가장 잘 팔리는 건 아마도 레드 와인에 과일과 각종 향신료를 넣고 끓인 와인차인 글뤼바인(Glühwein )일 것 같다. 글뤼바인이라고 크게 써 붙인 간판을 가진 노점이 정말 많은데, 따뜻한 와인차외에도 럼주나 위스키를 섞은 다양한 증류주가 가미된 차들이 있다. 증류주가 첨가된 차들은 알코올 함량이 상당히 높은 편이니 술이 약한 여행자들의 유의해서 마셔야 한다.

 

독일 지역 크리스마스 마켓의 특징 중의 하나가 글뤼바인을 담아내는 머그컵이다. 매년 새로운 디자인으로 제공되는 미니 사이즈 머그컵은 기념품으로도 많이 챙겨가는 아이템이다. 일단 음료를 주문하면 컵 보증금을 포함해서 금액을 지불하게 되는데, 이 컵을 들고 다니면서 다양한 음료를 즐기고 컵을 반환하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기념으로 챙겨가고 싶다면 그냥 그대로 가져가면 된다. 같은 드레스덴이라도 마켓마다 컵 디자인은 각기 다른 경우가 많다.

 

드레스덴 크리스마스 마켓 기념품

 

당연히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춘 기념품도 구경할 수 있었다. 전구나 양초를 이용한 조명, 목공예품 같은 장식품이 특히 많았는데, 유럽 사람들은 시즌에 맞춰서 집안을 꾸미고 장식하는데 진심인 것 같다. 날씨가 쌀쌀한 만큼 털 모자, 목도리, 장갑과 같은 방한용품도 곳곳에 있었고 분위기에 취해 빨간 산타 모자를 사서 쓰고 돌아다니는 관광객들도 보였다.

 

슈트리젤마르크트 마켓 장식

 

슈트리첼마르크트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마켓 부스 지붕에 꾸며진 다채로운 장식들이다. 거대한 소시지가 걸려있기도 하고 성인 상반신 만만 커다란 인형이 우리를 내려다 보기도 하고 핫초코를 들고 있는 산타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거나 아기 돼지 삼 형제가 올라가 있기도 했다. 노점마다 각기 다른 장식을 가지고 있어서 시선을 올려 구경하다 보면 목이 뻐근해질 정도인데, 아래에는 사람들의 돌아다니고 위에는 동화 속 캐릭터들이 머물면서 묘한 밸런스를 맞추며 현실 속에 공존하고 있는 듯한 흥미로운 장면이다.

크리스마스 피라미드

 

마켓에서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해주는 크리스마스 피라미드. 독일 지역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항상 만날 수 있는 장식인데, 여기는 크리스마스트리보다 이 피라미드가 더 크고 눈에 잘 띄어서 내 위치를 확인하는 기준점이 되어준다. 층층이 목각 인형으로 채워져 있는 이 거대한 피라미드는 360도로 회전하면서 돌아가는 움직이는 조형물이다. 피라미드 속의 인형들은 '예수의 탄생'과 같은 기독교적 모티브를 묘사하고 있다. 

 

Striezelmarkt

 

알트마르크트에서 노이마르크트로 이어지는 길목에는 마켓 전체를 조망할 수 있도록 전망대도 설치되어 있다. 간단하게 셀카로 기념촬영을 할 수 있는 정도의 포토포인트다. 신시장에도 큰 규모의 마켓이 열리고 브륄의 테라스까지 이어지는 골목길에도 상점이 늘어서 있으니 드레스덴 명소를 구경하면서 함께 둘러보면 좋다. 

 

드레스덴 중세 크리스마스 마켓

 

예상외로 가장 재밌었던 곳은 마이센 도자기 타일 벽화로 유명한 군주의 행렬이 장식되어 있는 슈탈호프 마당에 열린 중세 컨셉으로 조성된 크리스마스 마켓이었다. 이곳은 별도로 티켓을 구입해야 입장할 수 있었는데, 입장료는 1인당 5유로였고 티켓을 보여주면 밖에 나갔다가 다시 들어올 수 있도록 손목에 도장을 찍어준다. 안내문을 보니 입장료는 주말에만 받는 것 같았다.

 

안으로 들어가니 사람이 꽉 차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는데, 작은 무대에서는 중세 의상을 입고 옛날 악기를 연주하면서 공연도 하고 있었다. 이곳에 위치한 노점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 중세 의상을 입고 있었고 가끔 연극하듯이 표정과 자세를 취하기도 해서 더 재밌었다. 

 

2024 슈트리젤마르크트 오픈 정보

날짜: 2024년 11월 27일 ~ 2024년 12월 24일

시간: 오전 10시 ~ 오후 9시

* 11월 27일: 16:30 ~ 21:00 / 12월 24일: 10:00 ~ 14:00

위치: Altmarkt, Dresden

 

 

 

 

글, 사진 by 트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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