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자동차 여행. 스위스 3대 패스, 그림젤 패스(Grimsel Pass) 드라이브
스위스 3대 패스 중의 하나인 그림젤 패스(Grimsel Pass). '죽기 전에 반드시 가봐야 할 드라이브 코스'로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한다. 스위스를 렌트카로 여행한다면 절대로 놓칠 수 없는 경험일 것 같다.
드라이브 여행을 좋아하는 우리 남편은 이번 스위스 여행에서 아찔한 고갯길을 지나는 스위스 패스에 꼭 가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라우터브루넨과 인터라켄, 그린델발트 지역을 여행하고 체코 프라하로 돌아가는 길에 그림젤 패스와 푸르카 패스(Furka Pass), 고타드 패스(St. Gotthard)에서 짜릿한 라이딩을 경험했다.
그림젤 패스에 접어들고 얼마 후, 눈에 익은 댐이 눈앞에 등장했다. 마침 여행 전에 '텐트밖은유럽'에서 스위스 패스가 나오는 장면을 봤던 터라 처음 가는 곳이지만 군데군데 눈에 익은 장면이 등장했다.
그림젤 패스(Grimsel Pass)는 아레 강 상류의 하슬리탈(Haslital) 계곡과 론 강의 상류 계곡을 연결하는 고갯길이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서 마이링겐(Meiringen) 지역과 글레취(Gletsch) 마을을 연결하는 38km의 도로가 이어진다.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이기 때문에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는 안전상의 이유로 폐쇄된다. 6월부터 10월까지, 일 년에 단 5개월만 통과할 수 있는 도로인 것이다.
암벽 옆으로 왕복 2차선으로 된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끝없이 올라간다.
조금 더 올라가니 길게 펼쳐진 그림젤제(Grimselsee)가 보였다.
방금 지나쳐 온 그림젤 호수 댐.
저 멀리 빙하가 녹아 그림젤 호수로 흘러들어 가는 모습도 보였다.
레벨이 더 높아지니 두 개의 호수가 한눈에 담긴다. 아래쪽에 위치한 것이 레터리히보덴 호수(Räterichbodensee)고 위쪽에 있는 호수가 방금 지나온 그림젤제(Grimselsee)다.
중간중간 정차할 수 있는 공간들이 있다. 여기서 멋진 풍광을 사진에 담을 수도 있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갈 수도 있다.
아쉽게도 먹구름이 우리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시커먼 구름이 드리운 풍경마저 너무 아름다웠다.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라 시간의 압박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중간중간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가파른 경사를 지닌 도로를 끝없이 올라간다.
그렇게 도착한 그림젤 패스의 정상. 해발 2,160m 높이에 빙하 호수, 토텐제(Totensee)가 있다.
해가 비추긴 했지만 바로 뒤에 먹구름이 따라오고 있어서 바람이 엄청나게 불었다. 잔잔해야 할 호수 표면에도 바람으로 파도가 일고 있었다. 산 아래는 반팔도 더울 정도로 뜨거운 여름 날씨인데, 토텐 호수에서는 경량 패딩을 입어도 너무 추웠다.
몸은 추위에 떨고 있었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너무 아름다웠다.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도 꿋꿋하게 사진 몇 장을 찍고야 말았다.
토텐제 옆에 호텔 레스토랑 알펜뢰슬리(Hotel Restaurant Alpenrösli)가 있다. 너무 추워서 커피라도 한잔하자며 일단 안으로 들어갔다. 초겨울처럼 낮은 기온에 밖에 나와 있는 사람은 거의 없고 다른 여행자들도 대부분 레스토랑 안에서 몸을 녹이고 있었다.
자판기에서 뽑은 것 같은 커피 두 잔에 9 CHF였다.
커피를 절반 정도 마셨을 때, 마음을 다잡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어차피 잠깐 머물렀다 가는 건데 춥다고 안에만 있기는 너무 아쉬웠기 때문이다. 딱 남은 커피를 다 마실 때까지만 꾹 참고 야외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호숫가에 작은 규모의 호텔이 또 하나 있다. 드라이브를 하며 지나쳐 갈 것만 같은데 의외로 이곳에 머무는 여행자들도 꽤 있는 모양이다.
아쉬움에 마지막으로 사진 한 컷만 더 담고 바로 차에 탑승했다. 호수 주변을 산책하며 둘러보고 싶었지만, 밖에 조금 더 있었다가는 영락없이 감기에 걸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끝없이 펼쳐지는 알프스산맥. 그래도 반대편 하늘에는 아직 파란색이 보였다.
길이 형성된 것 자체가 신기할 정도로 굽이치는 도로. 스위스 패스에서 과속은 금물이다. 무조건 안전 운전만이 답이다. 그래도 그림젤 패스에는 가드레일이 설치된 구간이 있지만, 푸르카 패스(Furka Pass)에서는 대부분 연석밖에 없어서 더 아찔했던 기억이 난다.
방금 지나온 도로와 이제 진입하는 도로가 거의 평행이 될 정도로 꺾여 있다.
굽이굽이 고갯길을 끝없이 올라가서 토텐제를 만나고 그다음에는 끝없이 내려왔다. 그렇게 도착한 글레취(Gletsch) 마을.
도시 이름 자체가 '빙하'라는 뜻이다. 글레취(Gletsch)는 그림젤 패스와 푸르카 패스의 교차점이다. 이곳은 두 개의 고개를 넘어가는 고단한 여정에서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중간 기착지 역할을 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글레취에서 론 빙하(Rhonegletscher)가 흘러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빙하가 계속해서 녹고 있기 때문에, 푸르카 패스를 따라 벨베데레 호텔(Eisgrotte Belédère am Rhonegletscher)까지는 올라가야 론 빙하를 볼 수 있다.
그림젤 패스를 지나면서 운전은 남편이 하고 있는데, 마치 내가 운전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짜릿함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흥미로운 경험을 했다. 그렇게 간담이 서늘했던 순간도 있지만 굽이치는 고갯길을 지나며 마주했던 풍경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스위스 렌터카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스위스 3대 패스인 그림젤 패스 드라이브를 꼭 경험해 보길 추천한다.
그림젤 패스 Grimsel Pass - Google 내 지도
그림젤 패스 Grimsel P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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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by 트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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