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라비아 와인 여행. 50여 가지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미쿨로프 와인바 비노테카 볼라지크
볼라지크 와이너리(Vinařství Volařík)는 우리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와인 양조장 중에 하나다. 믿고 마실 수 있는 고품질 와인을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한 곳으로 체코에서 상당한 인지도가 있는 양조장이다.
체코에서는 매년 체코 국내에서 생산된 와인을 대상으로 콘테스트가 개최되고 있다. 이 대회에서 최고의 와인으로 선정된 100개의 와인은 발티체 성(Státní zámek Valtice)에 있는 체코 국립 와인 살롱(Salon vín ČR - Národní vinařské centrum)에 1년 동안 전시된다. 볼라지크 와인 역시 정기적으로 체코 국립 와인 살롱에서 만나 볼 수 있다.

볼라지크 와이너리는 미쿨로프 외곽에 위치해 있다. 와이너리에도 방문객을 위한 시음 공간이 별도로 조성되어 있긴 하지만 아쉽게도 운영 시간이 너무 짧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미쿨로프 시내에 있는 볼라지크 와인바(Vinotéka Volařík)를 방문하고 있다.
마을 광장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서 미쿨로프(Mikulov) 시내 어디에서든 도보로 이동할 수 있다. 덕분에 운전에서 자유로워진 우리 남편도 이곳에서는 양껏 와인에 취할 수 있다. 꽤 늦은 시간까지 운영하기 때문에, 알찬 하루를 보내고 마지막 와인 한 잔을 더 즐기기에도 딱이다.
Vinotéka Volařík
Kostelní nám. 8, 692 01 Mikulov na Moravě
월요일 ~ 목요일 14:00 ~ 24:00
금요일 ~ 토요일 12:00 ~ 24:00
일요일 10:00 ~ 22:00

감성 돋는 야외 테라스. 남부 모라비아 와인 산지에서는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즐기는 사람보다 와인의 향긋함을 즐기는 사람들이 더 자주 목격된다. 보헤미아에서는 낮에도 맥주, 저녁에도 맥주. 남부 모라비아에서는 낮에도 와인, 저녁에도 와인이다.

두툼한 책자로 준비되어 있는 와인 메뉴. 볼라지크 와이너리에서 운영하는 곳인 만큼, 이곳에서는 볼라지크 양조장에서 생산된 와인만 제공하고 있다.




대략 50여 종류의 와인을 1dl 단위로 주문할 수 있다. 와이너리에서보다 이곳에서 더 많은 가짓수의 와인의 시음이 가능하다. 하나씩 다 맛보고 싶지만 1dl(=100ml) 씩 50 잔이면 5리터로 거의 7병에 달하는 양이다. 빈티지와 당도, 산도 등이 세세하게 안내되어 있으니 내 취향에 따라 몇 가지만 골라서 시음해야 한다.
종류가 너무 많아서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앞에서 체크해 둔 와인이 기억나지 않는다. 맛보고 싶은 와인이 정해지면 그때그때 사진을 찍어 두거나 메모를 해 두어야 할 정도다. 참고로 식사 메뉴는 제공하지 않지만 올리브와 견과류, 치즈, 살라미 같은 안주용 스낵이 구비되어 있다.

기본적으로는 현금만 받는다. 카드 결제는 300 CZK 이상만 가능하다.

우리는 1층보다 위층에 있는 옥상 테라스를 좋아한다. 너무 매력적인 공간인데 의외로 여기까지 올라오는 사람이 별로 없다. 프라이빗한 분위기를 누릴 수 있는 히든 스팟이다.

달콤하고 향긋한 체코의 화이트 와인. 놀라울 정도로 저렴하고 맛있다. 맛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하고. 와인으로 유명한 지역들은 특유의 자연환경과 문화, 감성이 존재하는 것 같다. 매년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체코 프라하를 찾아오고 있는데, 남들 다 가는 데만 가고 이렇게 주옥같은 여행지는 놓치고 떠난다는 것이 한탄스러울 정도다.

이번 남부 모라비아 여행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아보라면 볼라지크 와인바 테라스에서 보낸 시간이 아닐까 싶다. 가족들과 함께 와인 잔을 기울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순간은 행복 그 자체였다.

원래는 한 잔씩만 간단하게 마시고 다른 곳으로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었다. 그런데 부모님이 배가 많이 고프지 않으니 여기서 와인 몇 잔 더 마시면서 쉬자고 하셨다. 결국 스낵 몇 가지를 구입해서 테라스에 완전히 눌러 앉아버렸다. 그렇게 두어 시간을 더 보내고 나서야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랜만에 한국에서 부모님이 오셨고 이번에는 꼭 체코 와인을 제대로 맛 보여 드리고 싶었다. 최대한 많은 곳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탓에 일정이 빠듯했는데도 다행히 부모님이 잘 따라와 주셨다. 아침에는 성스러운 언덕(Svatý kopeček) 하이킹도 하고 많이 고단하셨을 텐데도 얼굴에는 연신 미소가 번져서 너무나 뿌듯했다. 부모님은 남부 모라비아의 매력에 완전히 취해버렸고 지금도 와인 마시러 다시 가고 싶다는 말씀을 하곤 하신다.
글, 사진 by 트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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