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피르스트 클리프워크 오픈런 해야 하는 이유
해발 2,184M의 피르스트(First)는 그린델발트 지역에 위치한 대표적인 여행지다. 허공으로 뻗어 있는 클리프워크(First Mountain cliff walk) 전망대로도 유명하다.
우리는 피르스트로 올라가는 곤돌라 오픈 시간에 맞춰서 일정을 서둘렀다. 거의 처음에 곤돌라를 탄 것 같았는데, 막상 정상에 도착해 보니 이미 클리프워크 뷰포인트에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십여 분 기다리면 우리 차례가 올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줄이 도통 줄지를 않더라는 말이다. 10분이 넘어가도록 빠져나오는 팀 없이 옴짝달싹하지 않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앞쪽을 보니 젊은 한국인 커플이 뷰포인트를 차지하고 정말 갖가지 포즈로 신나게 사진을 찍고 있었다.
기다림에 지친 외국인들은 이미 얼굴에 짜증이 가득했다. 그리고 곧 우리에게도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드넓은 알프스에서 인생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인트는 셀 수 없이 많은데, 꼭 다른 여행자들을 벌 세우듯이 기다리게 해야 할 필요가 있는가 싶었다.
이런 사람들 서너 팀이 우리 앞에 있으면 한 시간도 기다려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그 젊은 커플은 투덜거리는 뒷 사람들이 더 짜증 난다는 표정을 남기고 사라졌다.
아무리 인생샷이 중요해도 기본 매너는 지키는 여행자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최소한 민폐 여행객은 되지 말아야 하지 않겠나.
내 앞에 어떤 여행자가 있을지는 오로지 운에 달린 일이다. 결국에는 내가 더 서둘러서 가는 것만이 이런 상황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 같다. 버리는 시간 없이 알찬 하루를 보내고 싶다면 발 빠르게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
문제의 커플이 사라지고 나서는 금세 줄이 빠졌다. 우리 차례가 되었을 때, 딱 세 컷 찍고 다음 팀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저 위에 서 있을 때는 별로 무섭지 않았는데, 거리를 두고 보니 더 아찔한 구조물이다.
조금 떨어져서 보는 전경이 오히려 더 멋있었다. 굳이 클리프워크 뷰포인트가 아니더라도 더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어서, 우리는 다음에 다시 오더라도 클리프워크 전망대는 패스하자고 했다.
클리프워크는 일방통행이다. 전망대를 빠져나오면 자연스럽게 베르그가스트하우스 피르트스(Berggasthaus First)로 연결된다.
편안하게 벤치에 앉아서 이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서, 본격적인 하이킹을 시작하기 전에 산장에서 가졌던 짧은 휴식의 시간이 너무나 달콤했다.
바흐알프제(Bachalpsee)로 출발하기 전에 모닝커피를 한 잔씩 하기로 했다.
나는 블랙커피, 남편은 카푸치노를 주문했다. 찻잔에 Grindelwald Frist라고 프린팅이 되어 있었다.
화장실 다녀오면서 찍은 사진. 안에서도 밖에서도, 어떤 구도로 봐도 아름다운 스위스의 자연이다.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했던 8월 중순의 스위스 날씨. 바흐알프제로의 하이킹 코스는 숨 막히게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했고 이번 스위스 여정에서 손꼽히게 좋았던 하이킹 코스였다.
글, 사진 by 트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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