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퉁스가세에 위치해 있는 스티글 켈러(Stiegl-Keller)는 맛있는 스티글 생맥주와 오스트리아 전통 요리를 즐길 수 있는 잘츠부르크 구시가 맛집이다. 맛깔스러운 음식만으로도 이곳을 방문할 이유는 충분하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잘츠부르크에서 손꼽히게 멋진 전망 때문일 것이다.

페스퉁스베르크 산자락에 자리한 레스토랑 스티글 켈러는 호엔잘츠부르크 성에서만큼이나 멋진 시내 파노라마를 감상할 수 있는 명당 중의 명당이다. 성에서는 잘자흐강 너머까지 시원한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면, 이곳에서는 잘츠부르크 대성당과 장크트 페터 교회 등 역사적인 건축물을 근거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호엔잘츠부르크 성으로 올라가는 푸니쿨라 탑승장에서 도보로 2분 거리에 위치해 있어서 성 관람 전후에 방문하면 딱이다. 카피텔 광장(Kapitelplatz)에서 성이 보이는 방향으로 걷다 보면 푸니쿨라 탑승장으로 이어지는 오르막길이 나오고, 탑승장을 지나 왼쪽으로 조금만 더 걸어가면 붉은 글씨로 'Stiegl-Keller'라고 쓰인 간판이 보인다.

길 오른쪽에 레스토랑으로 들어가는 녹색 철문이 자리하고 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듯이 '1926'이라는 숫자가 대문에 장식되어 있다.

계단 한 칸을 올라갔을 뿐인데 벌써부터 철장 너머로 멋진 전경이 나온다. 이 정도는 시작일 뿐이다. 3층 정도 되는 높이에 위치한 레스토랑에서는 더욱 탁 트인 파노라마를 즐길 수 있다.

역사를 보존하고 이어가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유럽답게 건물 곳곳에 역사를 소개하는 안내문을 비치해 두었다. Stiegl-Keller에서 Keller는 지하 저장고라는 뜻이다. 이름처럼 19세기 초에 스티글 양조장에 저장고가 부족해졌을 때, 페스퉁스베르크 산자락 아래에 위치한 집을 인수해서 맥주 저장고로 개조한 것이 그 역사의 시작으로, 오늘날의 모습은 1926년에 재단장한 것이라고 한다.


레스토랑 입구 쪽에 스티글 생맥주를 뽑아내는 탭이 위치해 있다. STOP 표시가 된 입간판 앞에 서 있으면 직원이 자리로 안내해 준다. 좌석이 넉넉해서 예약 없이 방문해도 식사하는데 무리가 없는 편이다.

유럽의 여름은 테라스의 시즌이다. 나무그늘 아래 앉아 솔솔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마시는 시원한 생맥주는 행복 그 자체다. 내심 야외 테라스에 앉기를 바랐었지만, 우리는 바로 옆에 위치한 천장이 있는 절반의 야외 테라스라고 할 수 있는 곳의 테이블로 안내받았다.
나중에 깨달은 것이지만 나무 아래 테이블에는 벌이 맴돌아서 성가신 경우가 왕왕 있다. 뷰를 즐길 수 있는 포인트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으니, 우리처럼 천장이 있는 옆 공간으로 앉게 되었다고 해서 아쉬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30여 가지의 스티글 브랜드 맥주들이 메뉴판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날 우리의 선택은 Stiegl-Radler Zitrone Naturtrüb과 Stiegl-Paracelsus Bio-Zwickl 이었다. 라들러는 알콜 함량이 2%밖에 되지 않아서 음료수처럼 가볍게 마실 수 있다. 나의 선택이었던 Stiegl-Pracelsus Bio-Zwickl은 여과를 하지 않은 언필터드 맥주인데, 향긋하고 부드러운 목 넘김이 좋았다.

체다치즈 맥주 수프(Cheddar Biersuppe). 맥주 수프는 어떤 맛일지 궁금해서 주문해 봤는데, 조리과정에서 맥주를 조금 첨가하는 정도인지 맥주 향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고소하고 부드러운 크림스프였다.

으깬 감자를 곁들인 돼지 볼살 찜(Schweinebackerl auf Kartoffelpürée). 고기는 장조림처럼 부드러운 식감이었고 짭조름한 소스와 고소한 감자의 조합이 좋았다.

오리지널 비너 슈니첼(Original Wiener Schnitzel vom Milchkalb). 송아지 고기를 사용해서 식감이 부드럽고 고기 두께가 얇은 것이 특징적이다. 레몬즙을 뿌린 다음, 함께 제공되는 크랜베리 잼을 얹어먹으면 정말 맛있다.

식사하는 내내 이렇게 멋진 전망이 눈앞에 펼쳐지니, 고기 한 점, 맥주 한 모금에 감칠맛이 더해진다.


잘츠부르크를 대표하는 디저트인 잘츠부르크 노케를(Salzburger Nockerl). 뾰족한 모양은 잘츠부르크를 둘러싸고 있는 묀히스베르크, 카푸치너베르크, 가이스베르크를 상징한다. 비싼 가격만큼이나 거대한 사이즈로 제공되는데, 머랭을 베이스로 한 디저트라서 거품이 사그라드는 듯한 식감이라 포만감이 크지는 않다. 같이 제공되는 라즈베리 소스를 곁들어 먹으면 더 맛있다.

스티글 켈러에 반드시 식사를 목적으로 방문할 필요는 없다. 다이닝 공간 위에 음료만 즐기는 테라스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액자 속에 들어가서 잘츠부르크 파노라마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 스팟도 마련되어 있다.

한 번 올라가고 다시 한 층을 더 올라갈 수 있다. 산 경사면을 따라 계단식으로 테라스가 연이어 자리하고 있다.

반쯤 누워 쉬면서 잘츠부르크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비치 체어가 있는 작은 테라스도 있었다. 우리가 방문했던 오후 시간에는 역시나 단 한자리도 남김없이 만석이었는데, 모두가 탐낼 만한 명당이니, 이곳에 자리를 잡고 싶다면 때를 잘 맞춰 가야 할 것 같다.

더 높은 테라스로 올라갈 수 록 더 시원한 전망이 펼쳐진다. 맥주 한 잔 시켜놓고 앉아있으면 한두 시간쯤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릴 것 같은 낭만적인 공간이다.
개인적으로 관광객이 너무 많아 기념사진 몇 장 남기고 또 빠르게 이동해야 하는 전망대보다는 여유롭게 앉아 하염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뷰포인트를 훨씬 선호한다. 나와 같이 눈으로 보는 것보다 정취를 느끼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잘츠부르크 여행 중에 스티글 켈러에 꼭 방문해 보기를 추천한다.
글, 사진 by 트몽
Copyright 2025. 트몽 Allrights reserved
'어제오늘내일의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스트리아 디지털 비넷 Vignette 가격, 구입, 사용법 (3) | 2025.02.07 |
---|---|
오스트리아 비넷 VIGNETTE 가격, 구입 및 사용법 (1) | 2025.02.05 |
천국의 파노라마를 만났던 곳, 운터스베르크 (0) | 2025.01.20 |
잘츠부르크 필수 여행지, 운터스베르크 전망대 (1) | 2025.01.18 |
잘츠부르크 카드 구입하는 법 - 시즌별 가격, 사용처, 사용법 (0) | 2025.0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