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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오늘내일의 여행

체스키 크룸로프 전망 좋은 가성비 숙소, 펜지온 파노라마

1박 2일로 떠난 체스키 크룸로프 자동차 여행. 체코 프라하에 거주하고 있는 우리 부부는 체코 국내 여행은 대부분 차로 가고 있기 때문에, 체코에서는 거의 언제나 자동차 여행이긴 하다. 크룸로프는 체코에서는 프라하 다음으로 유명한 여행지여서 당일치기로는 이미 여러 차례 방문한 곳이어서 이미 너무나 익숙한 도시가 되었지만, 하룻밤 숙박으로 다녀올 생각을 하니 또 다른 설렘이 느꼈더랬다.

 

 

딱 우리가 원했던 고즈넉한 시골 동네 풍경. 동화 속을 거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예쁜 체스키 크룸로프(Český Krumlov)에서 언젠가 1박 하며 여행하는 날을 상상했을 때, 호텔이 아닌 로컬 감성이 묻어나는 숙소에서 묵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체스키 크룸로프에서의 첫 숙소는 역사지구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위치한 펜션을 선택했다.

 

 

우리가 묵었던 파노라마 펜션(Panorama penzion). 교외로 나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단독 주택이어서 건물 외관에 장식된 글자가 아니었다면 펜션인 줄 모르고 지나칠 것 같은 느낌이다. 딱 우리가 원했던 아담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지닌 곳이다.

 

 

펜션 바로 옆쪽으로 울타리가 쳐진 전용 주차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중심지에서 벗어난 숙소의 큰 장점 중에 하나는 바로 무료 주차다. 유럽의 많은 숙소에서는 1박에 많게는 30 유로까지도 주차 요금을 부과하니, 유럽 자동차 여행에서 무료 주차는 분명한 혜택이라고 할 수 있다.

 

 

외출 후에 집으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드는 펜션 입구.

 

 

현관에 비치된 작은 탁자와 소파가 리셉션이라고 할 만한 것의 전부다. 인상 좋은 여주인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고 간단하게 안내를 해주겠다며 우리가 묵게 될 방이 있는 위층까지 동행하셨다.

 

 

작은 펜션에는 당연히 엘리베이터는 없다. 캐리어 들고 이 정도 올라가는 것쯤이야 체력 소모 많은 유럽 여행에서는 일도 아니다.

 

 

2층에 공용 주방이 별도로 구비되어 있었다. 소박한 주방이긴 했지만 웬만한 식기는 다 갖춰져 있었고 과도도 여러 개 있어서 마트에서 과일이나 치즈 같은 스낵을 손질해서 먹는 데는 충분했다. 전기 포트와 전자레인지도 있어서 여행 중에 한식 수혈이 필요한 경우에 햇반이나 컵라면을 조리해 먹기에도 좋을 것 같다. 

 

 

언덕에 위치해 있어서 마트에 오가는 것이 번거로울 수 있겠다고 생각한 주인장의 배려. 미니 냉장고 안에 생수, 탄산음료, 토닉 그리고 특히 맥주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냉장고 문에 가격표가 붙어 있어서 마음껏 이용하고 체크아웃할 때 한 번에 계산하면 된다.

 

 

우리가 묵었던 파노라마 펜션의 3호실. 객실도 전체적으로 따스한 감성이 배어나는 노란색을 포인트로 꾸며져 있다. 

 

 

타월은 1인당 큰 것과 작은 것 하나씩 제공됐다.

 

 

어메니티까지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샴푸와 바디워시가 준비되어 있었다.

 

 

호텔에서는 만나보기 어려운 가정집 스타일의 옷장과 수납장.

 

 

샤워실이 좁은 편이긴 했지만 우리는 욕조나 샤워 부스의 크기보다 수압이 적절한지와 배수가 잘 되느냐 하는 점을 더 중요하게 보는 편이다. 이런 관점에서 충분히 만족스러운 시설이었다. 변기 옆쪽에는 작은 창문이 있어서 환기도 잘 됐다.

 

 

아늑한 소파도 비치되어 있었다. 역시 노란색. 펜션 외벽에 칠해진 페인트 색도 그렇고 아무래도 주인장의 취향인 것이 분명하다.

 

 

굳이 체스키 크룸로프에서의 첫 숙소로 이곳을 고른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우리 방에 연결되어 있는 발코니다. 한국에 살 때는 집이고 호텔이고 발코니나 테라스 같은 것이 다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했었는데, 유럽에 거주하면서 자연에 조금 더 가까이 살다 보니 이 조그마한 공간이 일상에 얼마나 큰 힐링을 주는지 절감하게 됐다.

 

이 객실을 예약하면서 여기서 커피도 마시고 와인도 한잔하려고 기대에 부풀었는데 아쉽게도 이날 우리는 보슬비로 촉촉하게 젖어 있는 테이블과 의자를 마주해야 했다. 다시 생각해도 너무 아쉽다.

 

 

그래도 발코니에서 내다보이는 전경만큼은 아주 흡족스러웠다. 한적한 동네 분위기가 아주 마음에 쏙 들었다.

 

 

발코니에서 체스키 크룸로프 성과 성 비투스 교회를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다. 소도시 여행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연중 내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도시인 만큼, 역사지구는 언제나 수많은 관광객들로 붐빈다. 이러한 환경을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아름다운 도시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조금은 다른 관점으로 이 도시를 만나보고 싶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파노라마 펜션은 이러한 나의 취지에 정확하게 부합했던 숙소임에 분명했다.

 

 

간단하게 짐 정리를 하고 크룸로프 역사 지구로 갈 채비를 했다. 존재감 확실한 크기와 무게를 자랑하는 객실 키도 잘 챙기고 방을 나섰다.

 

 

펜션 정원이 상당히 넓어서 펜션 주변 한 바퀴 둘러보고 가기로 했다. 시원한 그늘을 즐길 수 있는 야외 테라스가 꽤 널찍하게 설치되어 있었다. 한여름에는 여기에서 바비큐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건물 주변으로 테이블과 의자가 곳곳에 비치되어 있었다. 잠시 바람을 쐬고 싶은 고객들을 위한 주인장의 세심한 배려가 여기저기 돋보인다.

 

 

우리 할머니 집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절마다 찾아가고 싶은 정감이 묻어나는 곳이다.

 

 

나가는 길에 알게 된 사실은 이곳에서 파노라마 전망을 누릴 수 있는 발코니가 있는 객실은 우리가 묵었던 3호실 단 한 곳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숙박비가 워낙 저렴해서 이왕 이곳에서 묵을 예정이라면 고민할 것 없이, 동일하게 이 객실로 예약을 할 것 같다.

 

우리가 파노라마 펜션에 묵었던 건 5월 초의 주말이었고 무료 주차에 조식까지 포함된 옵션으로 발코니가 달린 더블룸이 2명 숙박 기준으로 1박에 10만 원이 채 되지 않았다. 역사 지구에서 벗어나 있다고는 하지만 스보르노스티 광장(Náměstí Svornosti)까지 도보로 1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아무리 비수기라고 해도 체스키 크룸로프 역사지구 안에 위치한 숙소들은 가격도 높고 전용 주차 공간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렌트카를 이용한 체코 자동차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휴식할 수 있는 펜지온 파노라마(Penzion Panorama)를 고려해 보길 추천한다.

 

 

 

 

 

글, 사진 by 트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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