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오늘내일의 여행

천국의 파노라마를 만났던 곳, 운터스베르크

travelmong 2025. 1. 20. 02:24

이번에는 잘츠부르크와 잘츠캄머구트를 포함해서 오스트리아 알프스 지역의 명소들을 여유 있게 둘러보는 일정으로 떠난 여행이었기에, 이전에는 가보지 않았던 두 번째 전망 포인트까지 짧은 하이킹을 단행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는 안 갔으면 후회했을 정도로 대 만족이었다.

 

 
케이블카 탑승장 가까이에 위치한 십자가에서도 잘츠부르크 시내 전망을 시원하게 감상할 수 있고, 충분히 멋진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가볍게 산책하는 정도로 올라갈 수 있는 첫 번째 봉우리까지만 다녀오는 경우가 많다. 
 

 

잘츠부르크 필수 여행지, 운터스베르크 전망대

잘츠부르크와 주변 마을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파노라마 전망을 얻을 수 있는 운터스베르크 전망대는 잘츠부르크 시내에서 차로 약 20분, 대중교통으로는 30분 정도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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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운터스베르크 전망대를 방문할 때마다, 늘 탑승장 주변만 맴돌다 내려갔었기에, 두 번째 봉우리까지 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조금만 더 걸어가면 이렇게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을 것을 왜 그동안 탑승장 근처에서 서성이다 내려갔는지 후회가 밀려왔다. 

 

 
첫 번째 전망대에서 보다 더 높은 산봉우리에 세워져 있는 또 하나의 십자가가 보인다. 첫 번째 봉우리에는 사람들이 꽤나 몰려있는 데에 비해 두 번째 봉우리로 가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운터스베르크에 방문할 때마다 늘 이런 분위기라서 힘들게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가 봤자 별다를 것이 없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고 갈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완전한 오판이었다. 

 

 
두 번째 봉우리까지 가려면 조금 더 길고 험한 길을 걸어야 한다. 

 

 
트레킹화를 신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겠지만, 아마도 잘츠부르크를 여행하면서 트레킹 슈즈를 신는 경우는 거의 없을 테니, 최소한 운동화를 착용하고 방문하는 것을 권한다. 

 

 
중간중간 숨을 고르며 주변을 둘러보면 이렇게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쉼터가 되어 주기도 하고 훌륭한 포토 스팟이 되어 주기도 하는 나무 벤치도 있다. 

 

 
운터스베르크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 중에 하나는 바로 분변이다. 지뢰밭을 지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사람들이 다니는 산책로에 이렇게 야생 동물의 흔적이 가득하다. 

 

 
한창 돌계단을 내려가는 길에 분변의 주인을 마주쳤다. 사람들의 방문이 잦은 대낮에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주변을 돌아다니는 녀석. 한 번씩 뒤돌아서 오가는 사람들 관찰도 하고 아주 여유 만만이다. 

 

야생 샤무아, 출처: 위키피디아

 
염소 같지는 않고 독특하게 생긴 외모가 인상 깊어 나중에 찾아보니, 이 녀석의 정체는 알프스산양이다. 샤무아라고도 부르는데 알프스, 피레네, 카르파티아, 발칸 등 유럽 대부분의 지역에 서식하는 야생 동물이라고 한다. 사람 근처에 다가오지는 않지만,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보니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크지는 않은 것 같다. 

 

 
드디어 두 번째 산봉우리에 도착. 눈으로 봤을 때는 30 ~ 40분이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실제로는 1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이 걸렸다. 

 

 
시간을 투자한 만큼, 고생한 만큼, 멋진 절경으로 보상을 해주는 곳이었다. 첫 번째 봉우리에서보다 한층 더 웅장하고 몽환적인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어서 한 시간이 넘도록 돌길을 올라오며 쌓인 피로가 싹 가셨다. 

 

 
일단 앉아서 찍으면 인생 사진이 나올 수밖에 없는 뷰포인트. 경쟁률이 거의 없는 스팟이라 다양한 포즈와 감성으로 맘에 들 때까지 양껏 사진을 담을 수 있다.

 

 
이곳에도 역시 그림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곳이 워낙 높아서 주변의 산들을 대부분이 우리보다 아래에 자리한 것 같이 보였다. 가슴속 깊은 곳까지 시원해지는 탁 트인 전망에 몸과 마음이 힐링되는 기분이 들었다.
 
운터스베르크는 여러 개의 산봉우리가 밀집해 있는 산군의 이름이다. 운터스베르크는 오스트리아와 독일의 국경을 형성하는 대산괴로 3분의 2에 달하는 면적이 독일 바이에른에 속하고 3분의 1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 속한다.
 
두 번째 십자가가 위치한 곳은 해발 1,853m로 운터스베르크 산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해발 1,972m의 베르히테스가덴의 정상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이고 잘츠부르크 지역에서는 가장 높은 지점으로 그야말로 잘츠부르크의 지붕이라고 할 수 있다.

 

 
8월이라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씨를 기대하고 갔건만, 구름이 잔뜩 껴서 케이블카를 타는 순간부터 조마조마한 마음을 가지고 올랐더랬다. 게다가 두 번째 봉우리까지 하이킹을 하는 내내 안개구름이 소용돌이치면서 산골짜기를 타고 아래서 위로 솟아오르는 것을 목격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날씨 운이 없었다며 혀를 끌끌 차게 만들었던 이 구름이 평생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뭉게뭉게 피어나던 안개구름이 우리가 하이킹을 하던 사이에 이렇게나 몽환적인 풍경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이런 모습을 마주하기 위해 일부러 때를 맞추어 간다는 것이 가능하기는 할까? 눈앞에 펼쳐지는 장면이 너무나도 비현실적이어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지면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구름이 점차 짙어져서, 마치 하늘에 떠 있는 천공의 성 라퓨타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혹은 천국을 이미지화하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은 황홀한 풍경이었다.
 
영혼이 치유되는 것 같은 이 감동적인 풍경이 선사한 감동은 이후에도 한참을 가시지 않았다. 
 
 
 

글, 사진 by 트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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