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오늘내일의 여행

8월 여름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여행. 동화 마을 산책 한 바퀴 코스

travelmong 2025. 3. 10. 06:07

우리 캠핑장이 위치한 아브테나우(Abtenau)에서 할슈타트까지는 차로 40분 정도 소요됐다. 텐트밖에 바로 알프스산맥이 펼쳐지는 전망 좋은 곳에 숙소를 잡았더니 아침마다 물안개가 피어나는 모습이 너무 몽환적이어서, 이날도 아침을 먹고 산책한다고 여유를 부리다가 결국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할슈타트 마을(Hallstatt)에 도착했다. 

 

텐트 밖에 오스트리아 알프스가 펼쳐지는 전망 좋은 캠핑장

유럽 캠핑 여행을 시작하면서 남편은 전망이 좋은 캠핑장들을 정말 열심히도 찾아댔다. 남편이 캠핑을 가는 목적은 오로지 멋진 전망을 더 좋은 위치에서 제대로 즐기기 위함이다. 이번에도 고

travelmong.tistory.com

 

연중 내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지만, 8월 여름 극성수기의 할슈타트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정말 많은 여행자들이 이곳을 찾는다. 주차 공간이 없을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마을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P2 주차장에 운 좋게 몇 자리가 남아 있었다. 참고로 할슈타트에는 P1, P2, P3, P4 네 개의 주차장이 있다.

 

할슈타트 시내랑 가까운 주차장 위치, 요금 정보

잘츠캄머구트의 진주라고 불리는 할슈타트(Hallstatt). 오스트리아 알프스에서도 가장 동화 같은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사진 속 풍경 단 하나만으로 할슈타트로의 여행을 떠나는

travelmong.tistory.com

 

할슈타트 케이블카 탑승장. P2 주차장 바로 옆쪽에 할슈타트 스카이워크 세계유산 전망대와 소금광산으로 올라갈 수 있는 케이블카 탑승장이 위치해 있다.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할슈타트 마을로 이어지는데, P2 주차장에서 마을까지는 도보로 5분이면 갈 수 있다.

 

 

할슈타트 란(Hallstatt Lahn) 페리 선착장에서 감상하는 마을 전경. 이곳에서 보는 전경도 너무나 아름답지만 할슈타트 최고 전망을 만나기 위해서는 마을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야 한다.

 

 

마을 입구부터 넘쳐나는 관광객들. 

 

 

마을 안에는 길게 뻗어있는 좁은 길밖에 없는데, 이 독특한 지리적 특성 때문에 초입부만 지나면 조금 덜 붐빈다.

 

 

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물속으로 뛰어 들어가 버린 검둥이. 햇빛 아래에 있으면 녹아내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엄청나게 뜨거운 날이었다. 

 

 

마을 초입에서 할슈타트 전망대까지는 쉬지 않고 걸어도 15~20분은 걸린다. 중간중간 사진도 찍고 기념품 샵도 둘러보다 보면 30분이 훌쩍 넘게 걸리기 때문에, 가볍게 한 바퀴 둘러보는 데만 해도 최소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커피라도 한잔하거나 식사까지 고려한다면 두세 시간 이상 예상해야 한다.

 

 

마을 곳곳에 소금 가게가 눈에 띈다. 잘츠캄머구트 특산품이 소금이기 때문에 할슈타트에서도 기념품으로 이 지역에서 생산된 소금을 많이들 구입해 간다.

 

 

할슈타트 기념품. SALZKONTOR 소금 쇼핑

할슈타트에 가면 기념품으로 꼭 사 오는 소금. 소금을 뜻하는 'SALZ'라는 단어가 지역 이름에 포함될 정도로 잘츠캄머구트는 소금의 생산과 무역의 역사가 깊은 지역이다.   매장 앞에 다양한

travelmong.tistory.com

 

마을 센터에 장식되어 있는 시간 여행 계단. 여러 나라 언어로 '시간 여행'이라는 단어가 새겨져 있다. 한국어도 있다. 해외에서 마주하면 유독 더 반가운 한글.

 

 

시간 여행 계단을 올라가면 할슈타트 박물관이 있다. 기원전 5,000년 경, 신석기 시대부터 이어져 오는 할슈타트 마을의 오랜 역사를 소개하는 박물관이다. 아마도 이곳의 역사를 만나보며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보라는 의미인 것 같다.

 

할슈타트 박물관을 관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대부분은 풍경만 감상하고 가기 때문에 박물관 내부는 굉장히 한적했다. 입장료는 10유로였고 관람하는데 30분 남짓 소요됐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7,000년에 달하는 할슈타트 지역과 소금 광산의 역사를 만나볼 수 있어서 역사 덕후라면 재미있게 둘러볼 수 있는 곳이다. 할슈타트에 머무는 시간이 짧다면 패스해도 좋다.

 

 

마을 안쪽에 또 하나의 선착장이 있는데, 호수 건너편에 위치한 할슈타트 기차역과 마을을 연결하는 교통 페리나 호수를 유람하는 관광 페리를 탈 수 있다. 

 

 

성삼위일체 상(Statue der Heiligen Dreifaltigkeit)이 중앙에 세워져 있는 마르크트 광장(Marktplatz).

 

 

마르크트 광장을 지나 조금만 더 걸어가면 그림같이 펼쳐지는 마을 풍경에 톡톡한 역할을 하는 교회(Evangelische Pfarrkirche Hallstatt)가 나온다. 

 

 

19세기 중반에 지어진 교회로 복음주의 개신교 교회다. 화려한 장식으로 가득한 가톨릭교회와 달리 심플한 인테리어를 가지고 있다. 내부를 둘러보는데 5분 정도면 충분하다.

 

 

교회 맞은편에 위치한 카페, Die Gemischtwarenhandlung. 우리 둘 다 갑작스럽게 갈증이 느껴져서 카페에서 잠시 목을 축이며 쉬어 가기로 했다.

 

 

원래는 맥주와 레모네이드를 섞은 음료인 라들러(Radler)를 주문했는데, 글쎄 레모네이드가 다 떨어졌단다. 그래서 그럼 그냥 맥주를 달라고 했더니 잠시 후에 다시 돌아온 직원이 레모네이드 대신에 물을 넣어 주는 것은 어떻겠냐고 물었다. 물탄 맥주를 주겠다니, 처음에는 이 사람이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의아했지만 곧 마음을 바꾸고 레모네이드 대신 물을 넣은 라들러를 달라고 했다.

 

문득 와인에 탄산수를 섞어 만드는 스프리츠(Spritz)나 맥주에 레모네이드를 섞어서 마시는 라들러나 비슷한 개념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더운 여름 날씨에 갈증을 해소할 목적으로 상대적으로 알코올 도수가 낮은 라들러를 주문했던 것이니, 맛은 다소 묽어지겠지만 맥주에 물을 탄 음료가 갈증을 해소기에는 더 적합한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체코에서는 레모네이드를 섞은 라들러 조차도 일반적으로 즐기는 문화가 아니기 때문에, 물탄 맥주는 더 생소했지만 로컬이 추천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도 결정에 한몫했다. 결과적으로 우려했던 것보다는 맛도 괜찮아서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깎아지를 듯한 산비탈을 따라 층층이 지어져 있는 목조 가옥들. 

 

 

좁은 골목 뒤에 더 좁은 계단으로 올라가면 할슈타트 가톨릭 교구 교회인 성모승천 성당(Pfarrkirche Mariä Himmelfahrt)이 나온다. 숲속에 숨겨진 듯한 곳에 위치해서인지 산속의 마리아(Maria am Berg)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교회 옆에는 아담한 규모의 묘지와 납골당도 있다.

 

 

건물 외벽에 장식되어 있는 할슈타트 시 문장. 붉은색과 흰색이 섞인 왼쪽 부분은 소금 채굴에 대한 합스부르크의 주권을 상징하고 오른쪽에 그려진 방향타는 과거 할슈타트 호수 마을 주민들에게 중요했던 선적을 상징한다고 한다.

 

 

광부의 모습이 장식된 집도 있다. 할슈타트에서는 기원전, 청동기 시대부터 소금을 채굴했다고 한다. 소금 광산의 역사가 곧 할슈타트 마을의 역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마을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점점 더 깊숙한 곳으로 가다 보면, 어느새 할슈타트 최고의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뷰포인트에 도착하게 된다. 

 

 

이곳까지 걸어오면서 둘러봤던 전통 가옥들이 동화 같은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가파르고 비좁은 공간에 어떻게 이렇게 빽빽하게 집을 지어 놓은 것인지 그저 감탄스러울 따름이다.

 

 

할슈타트 호수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알프스산맥. 그야말로 동화 속에나 존재할 것 같은, 산속 깊은 곳에 숨겨진 요정의 마을 같은 느낌이다.

 

 

패들 보드를 즐기며 더위를 식히고 있는 사람들. 아무래도 관광객이 워낙 많이 찾아오는 곳이라 그런지 다른 호수에 비해서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이 훨씬 적다.

 

 

할슈타트 마을로 또 다른 여행자들을 실어 나르는 페리. 

 

 

마음 깊은 곳까지 힐링 되는 아름다운 풍경. 이 한 장면이 전 세계의 여행자들을 이곳으로 향하게 한다. 아쉬운 건 정말 사진만 딱 찍고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어딘가에 앉아서 이 멋진 풍경을 곱씹으며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전망을 보기 위해서 다른 여행자들이 계속해서 밀려들기 때문에 너무 오랜 시간 자리를 점유하는 것도 매너가 아니어서 어느 정도 사진을 찍고 나면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그래서인지 비현실적일 정도로 몽환적인 풍경을 자랑하는 할슈타트이지만 우리 부부는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고자우 호수(Gosausee)를 조금 더 좋아한다.

 

 

할슈타트보다 더 좋았던 고자우 호수. 잘츠캄머구트 추천 여행지

오스트리아 알프스를 만날 수 있는 잘츠캄머구트(Salzkammergut)에는 76개의 크고 작은 호수가 자리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 모든 호수에 다 가보지는 못했지만, 여행자에게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travelmong.tistory.com

 

 

글, 사진 by 트몽
Copyright 2025. 트몽 All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