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어제오늘내일의 여행

기대 이상이었던 체코 브르노 크리스마스 마켓 여행

한국 여행자에게는 아직은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체코의 도시, 브르노. 아마도 프라하 근교 여행, 프라하 소도시 여행, 이런 내용으로 검색을 하면 우연히 마주칠 수 있는 소수의 여행 후기가 한국 여행자들이 브르노에 대해서 접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정보가 아닐까 싶다. 

 

체코의 수도인 프라하를 여행하는 많은 사람들도 역사지구를 둘러보며 아담하고 작다는 표현을 종종 할 정도이니, 아마도 브르노를 방문한다면, 십중팔구 유럽의 소도시라고 표현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브르노는 인구 약 40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 도시이자, 체코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를 가진 도시다. 

 

 

체코 크리스마스 마켓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뭐니뭐니 해도 크고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브르노 마켓에도 커다란 나무에 반짝이는 전구에 천사와 나뭇잎 등 다양한 디자인의 조명 오너먼트를 더해, 동화같은 감성을 자아내는 트리가 장식되어 있었다.

 

매 겨울이면 독일 드레스덴이나 오스트리아 빈과 같이 주변 국가로 크리스마스 마켓 여행을 떠나곤 했는데, 이번에는 체코 국내에 있는 도시들을 구경하고픈 마음에 프라하에서 3시간 거리를 달려 브르노로 향했다. 결과적으로 기대 이상의 만족을 주었던 곳이라 기회가 된다면, 매년 겨울 다시 찾아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다.

 

 

마켓 주변에는 꼬리를 달고 떨어지는 유성 같은 별 모양 조명이 곳곳에 장식되어 있었다. 동방박사를 예수에게로 이끌었던 별을 상징해 놓은 것 같다. 노란 빛깔이 만들어내는 따스한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브르노에서 가장 큰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곳은 평소에는 파머스 마켓이 열리는 광장인 양배추 시장(Zelný trh)이다. 체코 동부 모라바 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인 만큼, 마켓 부스 사이사이 빈틈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인파가 광장을 채우고 있었다.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주고 있던 작은 회전목마도 광장 모퉁이에 자리하고 있었다. 놀이 기구를 타는 아이들과 그 모습을 비디오로 담고 있는 가족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이런 즐거운 순간들을 기대하며, 연말이면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기만을 고대하는 것 같다.

 

 

본격적으로 마켓 구경을 시작하기 전에 일단 따뜻한 와인부터 한 잔씩 하기로 했다. 우리의 선택은 화이트 와인으로 만든 스바작이었는데, 거의 모든 음료 부스에서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 두 종류를 기본으로 준비해 두고 있었다.

 

참고로 브르노는 와인 산지로 유명한 팔라바 지역에서 한 시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평상시에도 프라하에서보다 훨씬 다양한 체코 와인을 맛볼 수 있는 지역이다.

 

 

겨울 시즌인 만큼, 다양한 방한 용품들은 판매하는 상점들도 있었는데, 양말이 두툼한 것이 엄청 따뜻해 보여서 여기서 여러 켤레를 구입해 왔다. 기대했던 만큼 보온 효과가 좋아서 지난겨울부터 이번 겨울까지 정말 잘 신고 있다.

 

다만 현금 결제만 가능한 것이 조금 아쉬웠는데, 식음료를 판매하는 곳들은 대부분 카드 결제가 가능했는데, 이런 제품을 판매하는 부스들에서는 대부분 현금 결제만 가능한 곳이 더 많았다.

 

 

크리스마스 마켓마다 이렇게 조각 양초들을 판매하고 있는 걸 볼 수 있는데, 확실히 나무로 조각한 제품보다는 저렴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세밀하게 조각된 양초들은 불을 붙여서 사용하기에는 조금 아까울 것 같고 장식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더 적합할 것 같다.

 

이제 와서 물에 동동 띄워 놓은 양초 사진을 보니, 유리 컵에 물 받아서 조그마한 양초 하나에 불 붙여서 띄워 두면 은은한 빛에 로맨틱한 분위기를 조성하기에 딱일 것 같다. 왜 눈앞에 있을 때는 그런 생각을 못 했던지.. 내년에는 마켓 열리자마자 몇 개 구입해 와서 꼭 거실에 장식해 봐야겠다.

 

 

라벤더 전문 상점도 있었다. 라벤더를 활용한 다양한 화장품부터 크림 등을 판매하는데, 그냥 향기 좋은 허브 정도로 생각했던 것과 달리, 라벤더는 보습은 물론이고 항염, 항균 효과가 있어서 다양한 피부 질환에 특효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프라하에는 라벤더 크림 전용 벤딩 머신을 비치해 둔 쇼핑센터도 있다.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구입한 건 아니지만, 나는 라벤더의 효능에 대해 익히 알고 있던 남편 덕분에 넉넉한 용량의 라벤더 크림 한 통을 두고 피부가 건조하고 민감한 느낌이 들 때마다 요긴하게 잘 사용하고 있다. 체코 여행 중이나 크리스마스 마켓 구경 중에 라벤더 상품이 눈에 띄면 몇 개 구입해 가는 것도 추천해 본다.

 

 

출출해진 배를 채우기 위해서 우리가 고른 첫 번째 메뉴는 숯불 위에서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구워지고 있던 탱탱한 소시지였다. 육즙 촉촉한 소세지가 먹고 싶었던 나는 소세지만 단품으로 주문했다. 고기에 빵을 곁들여 먹는 게 기본인 유럽에서는 소시지를 주문하면 조금이라고 꼭 저렇게 빵을 같이 내어준다. 

 

평소 소스 맛을 즐기는 남편은 이것저것 토핑을 잔뜩 얹은 핫도그를 주문했다. 핵심 재료인 소시지가 맛있으니 소시지만 먹어도 핫도그로 먹어도 어떻게든 다 맛있다.

 

 

남편의 최애 메뉴인 감자튀김도 주문했다. 소스를 즐기는 남편은 감자튀김을 받자마자 케첩부터 위에 들이부었다. 생감자를 즉석에서 바로 썰어서 튀겨내서 정말 신선하고 맛있었다. 

 

 

체코식 순대도 있었다.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이 메뉴를 판매하는 건 여기서 처음 봤다. 하얀색과 붉은색 두 가지 버전이 있는데, 하얀 건 이트르니체(Jitrnice)인데 고기 베이스에 간이 포함되어서 더 크리미하고 기름진 맛이 나고, 붉은 건 프레이트(Prejt)고, 선지가 주 재료인 피순대라고 보면 된다. 

 

이 메뉴들은 식당에서는 잘 만나볼 수가 없고 마트나 정육점에서 사서 집에서나 맛볼 수 있는 음식인데, 마켓 부스에서 만나서 반가운 마음에 조금씩 주문해서 맛보기로 했다. 원래는 소시지 형태로 케이싱이 된 상태로 판매하는데, 케이싱 없이 속 재료만 조리해서 팔고 있었다. 확실히 내 입맛에는 한국식 피순대랑 비슷한 맛이 나는 Prejt가 훨씬 더 맛있었다. 

 

 

디저트는 츄로스. 언제부터인가 체코 크리스마스에 고정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츄러스. 초콜릿 종류가 여섯 가지나 있어서 이 중에 취향껏 고를 수 있다. 갓 튀긴 밀가루는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초코까지 더하면 더 설명할 필요 없는 꿀맛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체코 디저트 중에 하나인 프르갈(Frgál)! 체코 동부 왈라키아 지역의 특산물인데, 프라하에서도 파는 곳이 있기는 하지만,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건 아니라서 모라비아 지역을 여행하다 마주치면 꼭 먹고 구입해오는 품목 중 하나다. 다양한 맛이 있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 배를 토핑으로 올린 것인데, 이번에도 피자같이 생긴 프르갈 두 판을 구입해서 프라하로 가져와 맛나게 먹었다.

 

 

열혈 공연 중인 밴드. 보헤미아 지역에서는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대부분 어린이들의 귀여운 공연이 주를 이루는데, 부활절 마켓도 그렇고 크리스마스 마켓도 그렇고 모라바 지역에서 열리는 마켓에서는 밴드 음악이 주를 이룬다.

 

 

왜인지 드레스덴 스바작을 파는 상점이 있었다. 클랙식한 메뉴인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 스바작을 포함해서, 블루베리, 체리, 진저브레드, 코코넛, 아몬드, 라벤더 스바작 등이 있었다.

 

전부 다 맛보고 싶었지만, 모두 알코올음료이다 보니, 제일 궁금한 코코넛 스바작과 엘더베리 스바작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맛은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그럼에도 역시 클래식한 맛이 제일 맛있는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마켓을 떠나며 발견한 전망대. 마음 같아선 올라가 보고 싶었지만, 알코올 섭취도 많이 했고 배도 부르고 춥기도 해서, 전망대 관람은 다음을 기약하고 호텔로 발걸음을 옮겼다. 몇 장의 사진과 글로 현장에서 느꼈던 감흥을 고스란히 전달하기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12월 겨울에 체코를 여행한다면 모라바 지역의 중심 도시인 브르노에도 함께 방문해 보기를 추천한다.

 

 

2024 브르노 채소 광장 크리스마스 마켓 오픈 정보

날짜: 2024년 11월 22일 ~ 2024년 12월 23일

시간: 10시 ~ 20시

- 관광객이 많은 날에는 22시까지 연장 운영

- 금, 토, 일요일에는 24시까지 연장 운영

위치: Zelný trh, Brno

 

 

 

 

글, 사진 by 트몽

Copyright 2025. 트몽 All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