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체코 소도시 여행
체스케 부데요비체 크리스마스 마켓
버드와이저 맥주의 본고장
České Budějovice
체코 여행에서 여행자들이 프라하 다음으로 많이 방문하는 도시는 아마도 체스키 크룸로프(Český Krumlov)일 것이다. 프라하에서 체스키 크룸로프까지는 차로 2시간 30분에서 3시간 정도 소요된다. 투어를 이용하지 않고 렌트카로 이동하거나 스튜던트 에이전시(Student Agency)와 같은 로컬 버스로 이동하는 여행자라면, 체스케 부데요비체를 잠시 둘러보고 여정을 이어가는 것을 추천한다.
체스케 부데요비체는 체스키 크룸로프에서 약 30분 거리에 위치해 있는데, 어차피 가는 길에 반드시 이 도시를 거쳐서 이동하게 되어있기 때문에 따로 경로를 변경할 필요도 없다. 차로 이동해도 버스로 이동해도 마찬가지다.
특히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11월 중순부터 12월 말 사이에 여행을 한다면 더욱 추천하는 여행 루트다. 체스키 크룸로프는 동화 같은 비현실적인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기는 하지만 광장의 규모가 작아서 크리스마스 마켓은 파머스 마켓 정도로 아주 소소하게 열리는데 비해, 체스케 부데요비체에서는 남부 보헤미아 지역의 중심 도시인 만큼, 보다 더 큰 규모의 마켓이 열리기 때문이다.
매번 차로만 가던 곳인데, 이번에는 크리스마스 마켓 구경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체코 로컬 회사인 스튜던트 에이전시 버스를 이용했다. 프라하를 출발해서 2시간 15분 정도 후에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체스케 부데요비체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버스정거장이 지상층이 아니라 터미널 건물 3층에 위치해 있고 그 아래로는 쇼핑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버스에 내려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마켓에 가면 화장실을 이용하는 게 편하지 않을 것 같아서 여기서 미리 공중 화장실에 들른 후에 이동했다. 참고로 기차역이든 버스터미널이든 유럽에서 공중화장실은 대부분 유료다.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프르졔미슬 오타카르 2세 광장(Náměstí Přemysla Otakara II.)까지는 도보로 15분이면 갈 수 있다. 처음에 방향을 잡는 것만 조금 헷갈렸고 메인 거리로 접어들면 일자로 쇼핑 거리가 이어져 있고 대부분의 시민들이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어서 슬슬 구경하면서 걷다 보면 금새 광장에 도착하게 된다.
대림절이 다가오면 체코의 도시 길거리에는 가로등마다 장식 조명이 설치된다. 몽글몽글한 설렘을 느끼게 해주려고 작정한 것 같은 아기자기한 장식들로 도시가 가득 채워진다. 심지어 길마다 디자인도 제각각이다. 그래서인지 짧아진 낮 시간에 아쉬움을 느낄 새도 없이, 12월이면 어둑해진 거리를 걷는 것이 썩 즐겁다.
이렇게 크리스마스 장식을 구경하면서 걷다 보면 마켓이 열리고 있는 프르제미슬 오타카르 2세 광장 입구에 다다르게 된다. 마켓 부스들이 장벽처럼 이어져 있어서 모퉁이에 위치한 입구를 찾아서 안쪽으로 들어가야 한다.
마켓 안쪽에는 나무로 조각한 베들레헴 장식이 되어 있었다. 지붕에는 동방 박사들이 따라온 예수의 탄생을 알리는 별도 장식되어 있다. 체코 각지의 크리스마스 마켓에는 다양한 크기의 베들레헴 조각이 설치된다. 독일에서는 크리스마스 피라미드를 더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장식도 지역 특색이 있는 것 같다.
체스케 부데요비체 크리스마스 마켓에는 아치 형태의 트리 장식이 세워져 있었고, 마켓 부스의 지붕은 뾰족한 모양으로 조성되어 있었는데, 마침 전날에 눈이 내렸던지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어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마켓의 중심에는 삼손 분수 주변으로 아이스링크가 자리하고 있었다. 주말도 아니었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다. 겨울이 되면 동네에서 아이스하키 채를 들고 다니는 청소년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확실히 체코 사람들은 겨울 스포츠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아이스링크는 입장료는 별도로 없고 스케이트와 헬멧과 같은 보호장비 등을 대여하는 비용만 지불하면 된다. 성인 기준으로 1시간 대여료는 100 CZK. 종일 대여는 500 CZK(2023년 기준)였는데, 아마도 올해의 요금도 비슷할 것 같다.
겨울에 열리는 마켓인 만큼, 목도리, 장갑, 털 부츠 등 각종 보온 제품들을 팔고 있었다. 체코 전통 장식이 들어간 베개 커버, 쿠션 커버도 있었다.
다양한 가죽 제품들도 팔고 있었고 아기자기한 디자인이 담긴 장식 소품들도 있었다. 미니멀 라이프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보니 충동적으로 구입해 가더라도 결국에는 서랍장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 뻔해서, 아쉽지만 아이쇼핑만 실컷 했다.
아이스링크 뒤편에는 아이들을 위한 회전목마도 있었고 작은 사이즈이기는 하지만 관람차도 있었다.
먹거리를 판매하는 부스에서는 엄청난 양의 훈제 고기와 소시지가 진열된 곳도 있었다. 단면이 하얀 것은 살코기는 하나도 없는 순수한 비계다. 우리는 고기 굽기 전에 기름칠하는 용도로나 사용할 법한 비계 덩어리를 체코 사람들은 프라이팬에 굽지도 않고 빵 위에 얹어 먹곤 한다.
그 옆에는 비계 튀김인 쉬크바르키(Škvarky)도 한가득 쌓여 있었다. 돼지 껍질 부분도 들어가긴 하지만 대부분 비계로 구성되어 있어서 엄청난 열량의 간식인데, 저대로도 그냥 먹기도 하고 크림 형태로 만들어서 빵에 발라 먹기도 한다. 고소한 맛이 강하긴 하지만 그만큼 느끼함도 크다.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쉬크바르키를 파는 것은 여기서 처음 봤다.
다채로운 색과 맛을 지닌 치즈도 벽돌처럼 덩어리째로 쌓여 있었다. 체스케 부데요비체는 아직까지는 외국인 여행자들에게 많이 알려진 관광지가 아닌 만큼, 확실히 로컬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상품들의 비중이 높았다.
베트남 음식을 파는 부스가 있다는 것도 신선했다. 쌀국수까지는 아니지만 새우튀김이나 만두, 스프링롤 같은 핑거푸드를 팔고 있었다. 재미있는 건, 메뉴판에 '한국 떡이 들어간 김치 스프'라고 써있었다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에 김치는 슈퍼푸드 반열에 올랐다. 요즘에는 시내 대형마트에서도 김치를 팔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장작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부스도 있었는데, 통돼지 바베큐를 파는 곳이었다. 여러모로 프라하 크리스마스 마켓과는 달리 지역 특색이 있는 마켓임이 분명하다.
크리스마스 스페셜로 특별 포장된 버드와이저 맥주 세트도 판매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버드와이저'는 미국 맥주라는 인식이 보편적이지만, 사실 '버드와이저'는 체코가 원조다. 이름에서부터 그 뿌리가 느껴진다. 체스케 부뎨요비체의 '부데요비체'가 '부드바이스', '부드바이저', '버드와이저' 이렇게 다른 발음으로 불리고 있을 뿐이지, 결국 이 맥주의 이름은 체스케 부데요비체라는 도시 이름, 그 자체다.
체코에 거주하고 있는 나는 언제든지 신선한 생맥주를 마실 수 있으니, 구매 욕구가 생기지 않았지만 다른 나라에서 온 여행자들에게는 좋은 기념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역시 음료 중에 가장 인기 있는 것은 핫 와인이다. 체코에서는 스바제네 비노(Svařené víno) 또는 줄여서 스바작(Svařák)이라고 부른다. 과일이 들어가 달달한 와인차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한국에서는 '뱅쇼(Vin chaud)'라는 이름으로 더 친근하다.
체코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는 따뜻하게 뎁힌 '꿀 와인', '메도비나(Medovina)'를 꼭 마셔보기를 추천한다. 체코와 슬로바키아 지역에서 특히 발달한 전통주로, 꿀 자체를 발효해서 만들어서 달콤새콤 한 맛이 특징이다. 알코올 도수는 포도주와 비슷하고 매실차와 비슷한 맛이고 실제로 소화를 돕는 효과가 있어서 레스토랑에서 식후 소화주로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집에는 예전에 사놓은 '벌꿀주' 몇 병이 있기 때문에, 나의 선택은 역시 '핫와인'이었다. 나무에 고드름이 달린 듯한 독특한 장식을 한 부스에서 '스바작' 한 잔을 구입해서 전망 데크로 올라갔다.
아이스링크 귀퉁이에 작은 탑처럼 생긴 전망 데크가 설치되어 있었다. 자유롭게 오르내릴 수 있게 오픈되어 있어서 음료를 마시면서 사람 구경하기에 딱 좋은 포인트였다.
이렇게 시원하게 트인 전망을 얻을 수 있고 바로 아래에 아이스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어서 와인 차를 다 마실 때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실컷 사람 구경을 즐겼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난 구경 중에 하나가 사람 구경인 것 같다.
날이 더 어두워지니 무대에서 어린이들의 공연이 펼쳐졌다. 공연이 시작되자 순식간에 무대 쪽으로 사람이 몰렸는데, 관객들이 모두 이 아이들의 엄마, 아빠 또는 할머니, 할아버지인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환호과 박수를 아낌없이 퍼부으며 꿀 떨어지는 눈빛으로 호응을 해주고 있었다.
버스 시간이 임박해서 공연을 조금 구경하다가 프라하로 돌아가기 위해서 다시 버스터미널로 발길을 돌렸다. 광장을 벗어나는 순간에 뜬금없이 눈에 들어온 탑. 광장 모퉁이에 위치한 '검은 탑(Černá věž)'에 눈꽃 모양의 조명이 비치고 있었다.
겨울이다 보니 당연히 탑 전망대에는 못 올라가겠거니 하고 생각했는데, 크리스마스 마켓이 운영되는 동안에만 특별히 오픈되고 있었다. 입장료는 성인 60 CZK, 어린이 30 CZK.
원래는 4월부터 10월까지만 입장할 수 있다고 안내되어 있었다. 다음 주에 남편이랑 체스키 크룸로프로 당일 여행을 가는 길에 체스케 부데요비체 마켓도 함께 구경하고 올 예정인데, 이번에는 탑에도 꼭 올라가 볼 계획이다. 앞서 소개한 것과 같이 렌트카나 버스를 이용한 자유 일정으로 체스키 크룸로프 여행을 떠날 예정이라면, 체스케 부데요비체에도 함께 들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2024 체스케 부데요비체 마켓 오픈 정보
날짜: 2024년 11월 18일 ~ 2025년 1월 6일
시간: 10시 ~ 22시
- 기념품 부스: 10시 ~ 20시
- 식음료 부스 & 전망대: 10시 ~ 22시
- 아이스링크 & 관람차: 10시 ~ 12시
* 12월 24일부터는 축소된 규모로 운영
위치: Nám. Přemysla Otakara II, České Budějovice
글, 사진 by 트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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