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체코 소도시 여행
브르노 자유 광장 크리스마스 마켓
남부 모라비아 여행
Náměstí Svobody, Brno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던 크리스마스 마켓이었던지라 여전히 아쉬움 크게 남는 브르로 크리스마스 여행. 한 달도 더 전부터 계획을 하고 떠난 여행이었는데.. 그 사이 남편이 감기에 걸려서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서 고대했던 만큼 양껏 즐기지 못했던 탓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 여행이었다.
전날에는 진눈깨비가 내리더니, 이튿날에는 화창한 날씨까지는 아니더라도 눈도 비도 내리지 않는 나름 온화한 날씨가 유지되어서, 첫날에 마켓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 주말을 이용해서 1박 여정으로 온 여행이라 점심때를 조금 넘겨 프라하로 다시 출발해야 했기 때문에, 다음 겨울에 반드시 다시 오리라는 다짐을 하면서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브르노의 메인 광장은 양배추 시장(Zelný trh)이기도 하고 면적이 적은 자유 광장에서 열리는 마켓은 구경거리가 별로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눈도 내리고 남편 컨디션도 좋지 않다는 핑계로 전날 밤에는 여기까지 오지 않았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부스도 많았고 트리 장식도 예뻤다.
다시 밤이 되어 어두워지면 트리에 장식된 조명들이 빛나서 한층 더 예뻐질 텐데 곧 떠나야 한다는 사실에 못내 아쉬웠다.
깊은 산속에서나 만나볼 수 있을 법한 산장 느낌의 음료 부스. 눈이 엄청나게 많이 내리는 지역의 목조의 지붕만 떼어내어 옮겨온 것 같은 독특한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다.
자유 광장은 직사각형 모양을 가진 광장은 아니고 트램도 다니고 차도 다니는 교차로 같은 느낌이다. 분홍, 노랑 페인트가 칠해진 예쁜 건물들 앞으로 마켓이 길게 늘어서 있었는데, 주말이라 그런지 낮인데도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져 기념품 부스, 먹거리 부스 할 것 없이 붐비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마켓에는 다양한 장식 소품이 진열되기 때문에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주먹만 한 크기의 알파카 인형도 있었는데, 몽글몽글한 느낌도 잘 살리고 얼굴도 깜찍한 것이 너무 귀여워서 한 마리 데려오려다가 꾹 참았더랬다.
크리스마스라는 시즌에 맞게, 베들레헴에서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고 경배하는 모습을 담은 다양한 장식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원목으로 만든 조각은 상당한 고가인데 반해, 두꺼운 종이로 만든 장식품은 2 ~ 3만 원 정도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어서 부담스럽지 않게 구입할 수 있다.
어째서인지 다른 지역의 마켓들보다 브르노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파는 음식들이 더 맛깔나 보였는데, 한편에는 두툼한 고기들이 숯불 향을 입으며 맛나게 구워지고 있었고, 평소 체코식 소세지 야채볶음이라고 부르면서 자주 즐겨먹는 부르티도 한 솥 가득, 포슬포슬 쫀득한 감자 구이도 한 솥 가득 있었다.
우리의 선택은 '간볶음'이었다. 이건 남편의 선택이었는데, 소의 간을 버터에 볶아서 간을 한 요리인데 우리는 사이드로 감자전을 주문했다. 퍽퍽할까 봐 걱정했는데 식감도 부드러웠고 누린내도 안 나고 고소하니 맛있었고, 감자전은 감자로 만든 크레페 같은 느낌이었는데, 고소하고 쫀득하니 맛있었다.
유럽 사람들은 세계 3대 진미로 유명한 푸아그라뿐만 아니라, 소와 돼지, 닭, 오리 간 요리를 즐겨먹는다. 간을 볶거나 구워서 빵이랑 곁들이거나 파스타를 만들어 먹기도 해서, 순대를 먹을 때, 떡볶이 국물에 돼지 간을 콕콕 찍어 먹었던 것이 인생에서 경험해 본 '간 요리'의 전부였던 나에게는 처음 체코에 와서 접해 본 다양한 간 요리는 신선한 문화 충격이었다.
이번엔 나의 선택으로 체코식 팬케이크인 리반체(Lívance)를 주문했는데, 원래 리반체는 손바닥만한 크기로 구워서 수직으로 여러 장을 쌓고 그 위에 과일 콩포트와 시럽을 올리는 것이 일반적인데, 마켓에서는 훨씬 작은 사이즈로 구운 미니 리반체를 팔고 있었다.
소스는 간단하게 메이플 시럽으로 선택. 딱 한입 사이즈라 먹기가 편하기도 했고 오랜만에 먹는 팬케이크이기도 해서 나도 남편도 너무나 맛있게 먹었다.
브르노에는 대학이 밀집해 있어서 학생들의 방문이 많은 만큼, 독특하게도 학생들을 위한 특별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는 부스도 있었다. 국제 학생증을 제시하면 모든 메뉴를 10% 할인해 준다고 쓰여 있었다. 국제 학생증을 소지한 여행자들은 브르노 마켓에서 'ISIC'라고 별도로 표기된 문구가 보이면, 할인 혜택을 챙겨서 조금이나마 여행 경비를 절약하길 추천한다.
종종 레스토랑에서 제공하는 메뉴판을 보면, 식사 메뉴보다 물, 차, 맥주, 와인, 칵테일, 스피리츠 등 음료 메뉴가 훨씬 거창하게 구성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크리스마스 마켓 메뉴판도 음료 부스가 가장 현란하다. 클래식한 핫 와인과 크리스마스 펀치에 독주를 추가한 메뉴가 다양했다.
각종 과일을 발효해서 증류한 브랜디의 일종인 체코 전통주인 슬리보비체와 흐루시코비체, 메룬코비체도 샷을 팔고 있었다. 알코올 도수 40도에 육박하는 독주를 낮에도 거리낌 없이 들이켜는 대단한 체코 사람들이다.
우리의 선택은 포도주 정도의 알코올 함량을 지닌 꿀 와인이었는데, 평소에는 길거리에서 자주 보이지 않지만 부활절 마켓이나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면 퀄리티 좋은 허니 와인, 메도비나를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남편은 브르노에서 프라하까지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하니, 살짝 맛만 보고 결국 두 잔 모두 내 차지가 되었는데, 아쉬워하는 남편을 위해서, 이번 브르노 크리스마스 여행 기념품으로는 질 좋은 메도비나 한 병을 구입해왔다.
브르노에서 동남쪽으로 조금 더 이동하면, 체코 와인 산지로 유명한 팔라바 지역이다. 대부분의 체코 와인이 이곳에서 생산되는 만큼, 지역 와이너리에서 직접 나와서 글라스 와인을 판매하면서, 본인들의 와인을 홍보하고 있는 부스들이 마켓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팔라바 와이너리 지역은 개인적으로 정말 추천하는 여행지인데, 렌터카 없이는 이동이 쉽지는 않기 때문에 다소 난이도가 있는 편이긴 하지만, 미쿨로프를 중심으로 여행하면 기차와 버스로도 충분히 여행이 가능한 지역이다.
프라하에서 빈으로 넘어가는 경로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체코에서 오스트리아로 이동하는 길에 들러, 미쿨로프에서 하룻밤 묵어가면서 맛있고 저렴한 체코 와인을 실컷 마셔보길 추천한다.
브르노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도 만나 볼 수 있었던 귀여운 아이들의 무대. 어설픈 느낌은 있지만 모두들 진지한 표정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었고, 관객들도 환호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조금 더 구경하고 싶었지만, 다음 날 이른 시간에 출근해야 하는 남편의 보챔으로 인해, 다음 겨울을 기약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떼야 했다.
2024 브르노 자유 광장 크리스마스 마켓 오픈 정보
날짜: 2024년 11월 22일 ~ 2024년 12월 23일
시간: 10시 ~ 20시
- 관광객이 많은 날에는 22시까지 연장 운영
- 금, 토, 일요일에는 24시까지 연장 운영
위치: Náměstí Svobody, Brno
글, 사진 by 트몽
Copyright 2024. 트몽 Allrights reserved
'어제오늘내일의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운터스베르크 케이블카 탑승장 가는법 - 버스 노선 정보 (0) | 2025.01.11 |
---|---|
기대 이상이었던 체코 브르노 크리스마스 마켓 여행 (1) | 2025.01.08 |
체코 소도시 여행 - 체스케 부데요비체 크리스마스 마켓 (2) | 2024.12.12 |
가장 예쁜 베를린 크리스마스 마켓 - 젠다르멘마르크트(바벨광장) (1) | 2024.12.12 |
베를린 포츠다머플라츠 크리스마스 마켓 후기 (1) | 2024.1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