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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_오스트리아

헬브룬 궁전 관람 솔직 후기

 

Schloss Hellbrunn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여행

 

 

오전 10시 30분이 조금 넘은 시간에 헬브룬 궁전(Schloss Hellbrunn)에 도착했다. 아침잠 많은 남편을 일찌감치 깨워서 채비를 했음에도 호텔 체크아웃 하는 날이라 조식 먹고 짐 정리까지 하고 출발하니 예상보다 늦은 시간에 도착했다.

 

그래도 나름 이른 시간에 도착했으니 여유 있게 둘러보고 다음 목적지로 출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곳을 방문한 메인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트릭 분수에 입장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시간이 13시 15분이라고 했다.

 

 

헬브룬 궁전에 아침 일찍 가야만 하는 진짜 이유

흥미로운 장면이 프린팅되어 있는 헬브룬 궁전 관람 티켓. 헬브룬 궁전 정원은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중요한 정원 건축 기념물 중에 하나로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진짜 목적은 궁전 내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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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헬브룬 궁전 내부를 관람하기로 했다. 궁전 정면 중앙에 위치한 석조 계단이 전시관으로 들어가는 입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트릭 분수에 입장할 때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경우에만 둘러봐도 좋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30분 정도면 다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규모인데, 개인적으로 궁전의 역사에 대해서 소개하는 몇 가지 전시물 정도가 볼 만한 것의 전부였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지나치기 아쉽다면, 오디오 가이드가 있으니 궁전의 역사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들으며 15-20분 정도 둘러봐도 충분하다. 일정이 바쁜 여행자라면, 궁전 내부 관람은 패스해도 좋겠다.

 

 

헬브룬 궁전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지원된다는 것이다. 더욱 신기했던 건 우리가 방문한 날에는 오디오 가이드를 제공해 주는 직원분이 오스트리아에 거주하는 한국인이었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이 등장하니 아주 해맑게 웃으며 반가움을 표해 주셨는데, 한국어로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니 유럽을 여행하면서 일반적으로 기대할 수 없는 일이라서 놀랍기도 했고 기분도 좋았다. 

 

 

헬브룬 궁전 모형.

 

 

헬브룬 궁전과 정원의 옛 모습이 담긴 판화. 그림 속의 정원은 지금의 모습과는 다른 형태였는데, 시대에 따라 정원의 조경 스타일도 변모했던 것 같다.

 

 

오늘날의 정원 형태를 갖추게 된 17세기 헬브룬 궁전의 설계도와 조감도다. 꽤나 공을 들인 것 같은 느낌이 나는 헬브룬 궁전의 정원이다. 헬브룬 궁전은 잘츠부르크 대주교의 즐거움을 위한 소위 '쾌락 궁전'으로 지어졌다. 비단 잘츠부르크 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14세기 이래 유럽 각지에서는 '욕망', '기쁨', '쾌락'을 위한 군주들의 유희를 위한 궁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잘츠부르크 교외에 위치한 헬브룬 궁전은 잘츠부르크 대주교 마르쿠스 시티쿠스 폰 호헤넴스(Markus Sittikus von Hohemnems)가 3년을 투자해서 만든, 즐거움을 위한 쾌락 궁전이다. 

 

 

2층 전시실에서는 헬브룬 궁전의 외부 공간을 조망할 수 있다. 궁전 안뜰에는 티켓 오피스와 레스토랑 카페 등이 자리하고 있다. 

 

 

헬브룬 궁전 관람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트릭 분수의 일부도 미리 볼 수 있다. 이곳에서 볼 때는 그냥 정원인데, 실제로 분수 정원을 누비며 구경할 때는 훨씬 흥미롭고 재미난 공간이다.

 

 

프레스코화로 장식된 홀.

 

 

음악의 도시 잘츠부르크답게 악기와 음률로 음악을 상징하는 조형물을 설치해 두었다. 아쉽지만 마음에 와닿는 부분은 크게 없는 장식의 일부일 뿐이다.

 

 

예로부터 성경에서는 예수를 따르는 사람을 어린 양으로 예수를 따르지 않는 사람을 염소로 비유했다. 건축 목적 자체가 재미와 쾌락을 위한 궁전이었기 때문일까?  프레스코화는 자극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한 색으로 칠해져 있었고 곳곳에는 종교적인 관점에서 악마를 상징하는 염소가 장식되어 있었다. 유희를 목적으로 하는 쾌락 궁전이라고 해도 가톨릭 대주교가 세속 군주 역할을 역임했던 잘츠부르크 지역의 특성상 미스터리 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강렬한 색조의 궁전 내부와는 대조적으로 푸르른 초원과 하늘이 내다보인다. 극단적인 비유이긴 하지만 궁전은 지옥, 정원은 천국이라고 묘사할 수 있을 절대로 다른 색감을 뽐내며 시선을 집중시킨다.

 

 

궁전 정원이다. 트릭 분수의 출구가 야외 정원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헬브룬 궁전 관람의 마지막 순서로 둘러보게 되는 곳이다.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 산책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내 마음에도 여유가 찾아들어 여행의 템포를 살짝 늦추게 되는 효과가 있다.

 

 

다양한 회화 작품이 걸려 있는 갤러리 공간도 있다. 대부분 자연과 동물을 묘사한 그림들이다.

 

 

군주와 귀족들의 사냥감을 묘사한 것 같은 그림과 다채로운 색감과 장면으로 장식된 난로도 있다.

 

 

마지막 전시 공간에서는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감상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방이 등장했다. 너무나도 동양적인 느낌이라 놀라울 정도였는데, 유럽 사람들에게는 동양의 문물은 너무나도 새롭고 값진 이국의 문화이자 물건이었기 때문에, 동양적인 색채가 강한 장식은 부의 상징이자 권력의 상징이기도 했다. 

 

 

동양화 같은 벽지로 꾸며진 방의 중앙에는 몰래 가지고 오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 멋스러운 지구본이 전시되어 있었다. 어릴 적 부모님이 사주신 지구본과는 크기와 정교함에서부터 너무나 큰 차이가 난다. 

 

유럽 생활 14년 차로 나름 한국에서 생활할 때 보다, 역사적인 지식과 인문학 적인 소양이 많이 축적되었다고는 하지만 유년 시절에 이런 지구본을 끼고 조금 더 일찍 세상에 대한 탐구에 적극적으로 임했다면 어쩌면 지금보다 조금 더 풍부하고 넓은 소양을 갖춘 지성인이 되었을지도...

 

 

잘츠부르크 꿀잼 여행지. 사방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는 헬브룬 트릭 분수

17세기 잘츠부르크에는 남다른 유머 감각을 지닌 대주교가 있었다. 헬브룬 궁전(Schloss Hellbrunn)은 마르쿠스 시티쿠스 폰 호헤넴스(Markus Sittikus von Hohenems) 대주교가 지은 매너리즘 쾌락 궁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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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by 트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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