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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일상. 프라하 라이프

[리얼 후기] 프라하 뷰맛집! 블타바 리버사이드 캄파 파크 레스토랑에서 즐기는 로맨틱한 디너

 

Kampa Park Restaurant

 

프라하에서 가장 로맨틱한 감성을 지닌 레스토랑 중에 한곳으로 손꼽히는 캄파 파크 레스토랑. 프라하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블타바 강의 서쪽 제방에 자리하고 있어 아름다운 리버뷰를 감상하며 식사를 할 수 있는 데다 프라하에서 가장 유명한 랜드마크인 카를교를 바로 옆에서 조망할 수 있는 특별함까지 더해져 매년 미슐랭 가이드(Michelin Guide)에도 꾸준하게 소개되고 있는 명소다. 한동안 체코를 벗어나 유럽의 다른 국가를 여행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우리는 오랜만에 프라하 시내에 위치한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하며 주말 데이트를 즐기기로 했다. 

 

중세 시대 고딕 양식으로 축조된 카렐교

 

체코의 수도 프라하를 찾은 여행자라면 꼭 한 번은 건너게 되는 카렐교. 14세기 중세 시대에 축조되어 600년이 넘는 긴 역사를 자랑하며 오늘날에도 수많은 여행자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프라하 전경을 선사하는 대표적인 명소다. 다리 양쪽으로 늘어선 바로크 양식의 성인 조각들이 만들어 내는 멋스러움에 구시가지와 소지구 그리고 프라하 성의 전경까지 더해져 그림 같은 파노라마를 감상할 수 있으니 프라하에서 전망 좋은 명소를 찾는다면, 10년 넘게 프라하에 살고 있는 주민으로서 단연 카렐교를 추천할 수 있겠다.

 

카렐교 위에서 바라는 프라하 성과 소시가지 전경

 

구시가지 교탑을 출발해서 블타바 강 서쪽으로 걷다 보면 하늘을 찌를 듯 높은 첨탑의 성 비투스 대성당과 프라하 성 단지가 눈앞에 펼쳐지고 그 아래로 붉은 지붕이 빽빽하게 자리하고 있는 소시가지가 보인다. 그리고 그 앞에 오늘 우리 부부가 저녁 데이트를 하기로 한 캄파 파크 레스토랑(Kampa Park Restaurant)이 제방의 끝자락에 강수면에 닿을 것만 같은 낮은 높이에 자리하고 있다. 

 

캄파 지구(왼), 레스토랑 입구(오)

 

캄파 파크 레스토랑으로 가려면 일단 캄파 지구로 가야 한다. 소시가지 교탑까지 간 다음에 옆길을 통해서 갈 수도 있고 중간에 등장하는 계단을 이용해서 바로 내려갈 수도 있다. 캄파는 체르토프카(Čertovka) 수로로 섬처럼 분리되어 있어 캄파 섬이라고도 불리는 지역이다. 주변에는 산책하기 좋은 캄파 공원과 공산 시절의 체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 그래피티 벽인 레논 벽(Lennon Wall) 그리고 현대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캄파 박물관(Museum Kampa)이 있다. 

 

캄파 파크 레스토랑으로 가려면 카렐교 아치 바로 아래로 가야 하는데, 방향을 알려주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어서 찾아가는 길이 어렵지는 않다. 메인 게이트를 통화하겸 길게 이어진 입구가 나오는데, 양쪽으로 은은하게 무드등이 켜져있어서 레스토랑 안쪽으로 첫걸음을 디디는 순간부터 로맨틱한 분위기가 감돈다. 

 

캄파 파크 레스토랑 야외 테라스

 

제법 쌀쌀해졌음에도 스토브 열기에 의지하며 찬바람이 통과하는 야외 테라스에 앉아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맞은편에는 가볍게 음료를 즐기며 대화를 나누면 딱 좋을 것 같은 소파도 있고 위 사진에는 없지는 건물 내부에는 고급스러운 블루 컬러 인테리어가 매력적인 실내 공간도 있다. 이 레스토랑이 가진 장점 중에 하나는 바로 프라이빗한 환경인데, 입장하는 순간에 수많은 테이블이 펼쳐져 있는 홀 형태가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공간이 나뉘어 있어서 식사를 하는 동안에 우리 일행들끼리 나누는 대화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도록 아늑한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가족 식사, 비즈니스 디너, 데이트 등 어떠한 형태의 모임에도 훌륭한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캄파 파크 레스토랑 리버사이드 글라스 테라스

 

우리는 오후 6시로 예약을 하고 방문했는데, 브레이크 타임이 끝나고 이제 막 저녁 타임이 시작되는 시간이었는데도 이미 좌석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온라인 예약 당시에 리버뷰를 가장 가까이에서 조망할 수 있는 창가 석으로 배정해 주겠다는 답변을 받았었는데, 기대했던 대로 리버뷰가 바로 앞에 보이는 전망 좋은 창가 석으로 안내를 받았다. 난방이 되는 공간이라 훈훈할 정도로 온기가 있어서 두 시간가량 머무는 동안 외투 없이 가벼운 옷차림으로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었다.

 

 

자리에 앉고 바로 기본 메뉴 브로셔와 함께 스페셜 메뉴판을 준비해 줬다. 우리가 방문한 날의 스페셜 메뉴는 호주산 와규 등심 스테이크와 일본 고베 와규 스테이크였다. 디너 타임에는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는 5코스 Decustation 메뉴에 와인 페어링도 추가 옵션도 제공된다(5코스 Decustation 3,850 czk, 와인 페어링 1,995 czk / 2024년 기준). 캄파 파크 레스토랑은 프렌치 퀴진을 맛볼 수 있는 곳인데, 프라하에서 파인 다이닝을 하는 고급 레스토랑들은 대부분 프렌치 또는 프랑스식과 체코식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요즘은 대부분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과 스테이크 전문점에서 와규를 만나볼 수 있기 때문에 오늘은 스테이크 메뉴는 제외하기로 했고 코스 메뉴 역시 식사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거 같아서 단품으로 주문하기로 했다. 주문을 마치고 글라스로 주문한 와인과 물이 먼저 준비되고 바로 식전빵이 나왔다. 두 종류의 빵에 허브와 호박씨가 곁들여진 버터가 함께 제공되었는데, 크리미한 질감에 고소한 풍미가 좋아 남김없이 먹었다. 곧이어 쫄깃한 식감의 훈연 생선이 아뮤즈 부쉬(Amuse Bouche)로 나왔는데 상큼한 드레싱이 입맛을 돋웠다.

 

 

Octopus carpaccio 695 czk

 

아뮤즈 부쉬를 먹고 잠시 후에 내가 주문한 애피타이저인 문어 카르파초가 나왔다. 문어숙회에서 느껴지는 쫄깃한 식감이 아닌, 편육처럼 눌러서 얇게 저며서 부드러운 식감으로 즐길 수 있었고 석류 알과 포크를 대면 톡 터지는 유자 겔이 상큼함을 더했다. 문어는 구이로 메인 메뉴로만 먹다가 카르파초로 맛보니 신선하고 재밌었다. 

 

Langoustine bisque, 425 czk

 

남편이 주문한 랑구스틴 비스크. 한국에서는 딱새우라고 부르는 갑각류로 만든 크리미한 스프다. 비스크 파스타를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몇 번 홈메이드 비스크에 도전한 적이 있었는데, 역시 쉐프의 손길로 탄생한 비스크는 내가 만든 어설픈 비스크와는 차원이 달랐다. 단 한 스푼만으로도 입안에서 감칠맛이 폭발하는 그런 진한 풍미가 느껴졌다.

 

Honey glazed duck breast with spinach-almond dumplings, 995 czk

 

애피타이저를 먹고 난 다음에는 창밖 블타바 전망도 감상하고 서로의 사진도 찍어주면서 잠시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와인을 홀짝이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메인 메뉴가 서빙됐다. 남편의 선택은 오리 가슴살 스테이크였는데, 적양배추와 서양 자두로 만든 퓌레와 시금치 덤플링에 레드 와인 소스가 곁들여졌다. 고기는 부드럽고 껍질은 바삭한 것이 정말 맛있었다. 이제껏 맛본 오리 가슴살 스테이크 중 TOP 5에 손꼽힐 정도로 만족스러운 디쉬였다. 나보다 조금 입맛이 까다로운 편인 남편도 남김없이 맛있게 먹었다. 

 

Wild line caught sea bass with artichoke risotto with organic trout roe, 1,295 czk

 

내가 선택한 메뉴는 아티초코 리조또가 곁들여진 자연산 농어 구이다. 농어는 한국 사람에게는 익숙할 법한 잘 구워진 생선구이였는데, 밥이랑 잘 어울리는 짭잘한 생선구이가 아니라 담백하게 구워져서 리조또와 가나쉬와의 맛의 조화가 훌륭했다. 리조또 쌀의 익힘도 딱 적절했고 버섯의 풍미도 좋았고 무엇보다 탱글탱글한 송어 알이 씹히는 식감이 굉장히 좋았다.

 

Creme brulee, 365 czk / Port wine 40 years, 495 czk

 

애피타이저를 포함해서 1인 2메뉴를 시켜서 이미 포만감이 상당했지만 오랜만의 특별한 디너 데이트인 만큼, 디저트도 각각 한 개씩 선택했다. 나의 선택은 바닐라 푸딩에 설탕이 코팅된 크림 브륄레. 평소 포르토 와인을 좋아하는 남편은 40년 숙성된 포르토 와인을 주문했다. 일단 달달한 크림 브륄레를 먼저 먹고 포르토 와인을 천천히 음미하며 '다음 여행지는 포르투다!'라고 함께 다짐하며 행복하고 아쉬운 데이트를 마무리했다. 

 

캄파 파크 레스토랑은 프렌치 파인 다이닝인 만큼 가격은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음식의 퀄리티와 서비스, 전망과 위치 등을 고려한다면 가성비 맛집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다. 우리는 에피타이저, 메인, 디저트로 단품으로 3코스 메뉴로 주문했지만 메인 디쉬 한 개와 글래스 와인 한 잔을 주문한다고 가정한다면 대략 1,500~1,700 CZK(한화 약 10만원)으로 프라하에서 전망 좋기로 소문난 고급 레스토랑에서 로맨틱한 한끼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부모님과의 효도 여행, 온 가족이 함께하는 의미있는 여행,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순간으로 꼽을 수 있는 허니문 여행을 온 신혼 부부의 여행 중에 방문해 보는 것을 특히 추천해 본다.

 

 

 

글, 사진 by 트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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