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알프스를 만날 수 있는 잘츠캄머구트(Salzkammergut)에는 76개의 크고 작은 호수가 자리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 모든 호수에 다 가보지는 못했지만, 여행자에게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곳들 중에는 고자우제(Gosausee)를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호수 중에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참고로 'SEE'가 독일어로 '호수'라는 뜻이기 때문에, 고자우제는 고자우 호수라고 보면 된다.
고자우제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뾰족한 산봉우리들. 잘츠캄머구트의 진주라고 불리며 가장 오스트리아 알프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로 유명한 할슈타터제(Hallstätter See)에서 고자우 호수까지는 차로 30분 정도 소요되는데, 이 짧은 드라이브 코스부터 아주 절경이다. 고자우 마을로 접어들면서부터 사진 속에 보이는 봉우리들이 정면에 펼쳐지면서 가슴을 마구 설레게 한다.
호수까지 도보로 3분 정도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주차장이 있다. 고자우제는 나름 아는 사람만 안다는 히든 명소인데, 외국인 여행자에게나 숨은 명소이지 오스트리아 로컬들에게는 인지도가 있는 곳이기 때문에 여름 성수기에는 주차 공간을 찾는 것이 아주 하늘의 별 따기다.
우리는 8월 중순에 방문했고 오전 11시쯤에 도착했는데, 다섯 바퀴나 돌고 나서야 겨우 주차할 수 있었다. 이것도 운이 좋았던 케이스고 다른 운전자들은 결국 포기하고 훨씬 먼 거리에 주차하고 도보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었다. 7, 8월에 여행이 예정되어 있다면 아침 일찍 방문하는 것을 추천하는데,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오후 늦게 가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고자우 호수 바로 앞에 자리한 유일한 숙소인 가스트호프 고자우제(Gasthof Gosausee). 산장 스타일의 숙소인데 시설이 호텔만큼 쾌적하진 않지만 고자우 호수의 그림 같은 풍경을 객실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특별함을 지닌 곳이다. 참고로 여름 성수기에는 최소 2일 이상 숙박 시에만 예약이 가능하다.
1층은 레스토랑으로 활용되고 있으니 이곳에서 숙박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야외 테라스에 앉아서 음료 한잔하면서 고자우 호수의 풍경을 음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작은 크기의 고자우 호수는 할슈타트 호수에 비하면 10분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이곳에 호수가 있다는 것을 어떻게 발견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깊숙한 산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드는데, 지니고 있는 아름다움에 비해 여행자가 적어서 고요함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개인적으로 할슈타트보다 이곳을 훨씬 더 좋아한다.
바로 근처까지 버스를 타고 올 수 있긴 하지만 배차 간격이 길어서 아무래도 대중교통으로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만큼, 잘츠캄머구트의 다른 호수들에 비해서 방문객 수가 현저하게 적다. 한적한 분위기를 맘껏 누려볼 수 있으니, 렌터카로 여행하는 경우에는 할슈타트만 보고 가지 말고 꼭 고자우 호수까지 함께 만나보는 것을 추천한다.
고자우 호수 주변의 하이킹 코스를 보여주는 그림 표지판. 지도에 표시된 하이킹 코스를 다 걸어보려면 일주일 동안 이곳에만 머물러도 부족할 것 같다. 가스트호프 고자우제 건물 옆쪽에 고자우캄(Gosaukamm) 케이블카가 있으니,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 1,578m 높이의 츠비젤알름(Zwieselalm) 정상으로 올라가서 능선을 따라 산책하며 협곡을 조망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고자우제는 Vorderer Gosausee, Gosaulacke, Hinterer Gosausee 이렇게 세 개의 호수로 이루어져 있는데, 반나절 일정으로 세 개의 호수를 모두 둘러보는 것도 가능하니, 알프스 호수를 배경으로 하이킹을 해보고 싶었던 여행자라면 도전해 봐도 좋을 것 같다. 물론 적절한 신발 착용은 필수다.
보기에는 작은 것 같아도 'Vorderer Gosausee'만 한 바퀴 도는데도 2시간이 넘게 걸린다. 시간적 여유가 없는 여행자라면 왼쪽 산책로를 따라서 중간 정도까지만 다녀와도 충분히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다.
고자우 호수에는 페리가 다니지 않는데, 그 말인즉슨 배가 일으키는 파도가 없어서 호수 표면의 잔잔함이 유지된다는 뜻이다. 덕분에 호수 위로 산봉우리들이 거울처럼 비치는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호수 초입부에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날 우리가 고자우 호수를 찾은 목적 역시 바로 수영이었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호수 둘레길 산책을 접어두고 돗자리를 깔 만한 적당한 자리를 찾아보기로 했다.
지난번에 미리 봐둔 곳이 있었기 때문에 오른쪽 산책로로 발걸음을 옮겼다.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 풍경. 어쩌면 이렇게 볼 때마다 감동을 안겨주는 것인지.
겨울에 찍은 사진이다. 눈 덮인 모습도 너무나 멋있지만 그래도 역시 녹음이 푸르른 여름이 훨씬 더 아름다운 것 같다.
오두막 옆에서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는 소도 보인다.
컵이 놓여 있는 것을 보니 마실 수 있는 물인 것 같았지만, 유럽에서는 석회 성분 때문에 집에서도 필터링 한 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마셔보진 않았다.
지난번에 미리 봐두었던 곳은 이미 다른 팀이 점유하고 있었다. 우리는 고요함을 누리고 싶었기 때문에 조금 더 안쪽으로 이동해서 주변에 사람이 없는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맑고 투명한 고자우 호수. 해맑게 웃으며 헤엄치고 있던 사람들을 보고 방심했었는데 물에 발을 담그는 순간 정말 화들짝 놀랐다. 빙하가 녹아 생성된 호수이니 차가운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상상 그 이상으로 온도가 낮았다. 그동안 몸을 담가 본 그 어떤 호수보다도 차가웠는데, 허리까지 들어가는 데도 한참이 걸렸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거리는 멀지 않지만 할슈타트 호수의 해발고도는 511m인 반면 고자우 호수(Vorderer Gosausee)는 해발 920m에 위치해 있고 면적도 작기 때문에 훨씬 더 차가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처음에는 조금 힘들었지만 일단 가슴까지 들어간 다음부터는 금방 적응이 됐다. 사람도 적고 배도 없어서 아주 신나게 돌아다녔다. 호수 중앙으로 가면 갈수록 다흐슈타인(Dachstein)의 웅장한 산세가 점점 더 선명하게 보인다. 아쉬운 것은 물 온도가 너무 낮아서 체온 저하가 너무 빨라 물속에 오래 머무를 수가 없다는 것이다.
호숫가 주변에서만 놀아도 충분히 즐겁긴 했지만, 다음에는 미니 보트나 패들 보드를 대여해서 호수 중앙으로 먼저 이동한 다음에 수영을 즐겨봐야겠다.
글, 사진 by 트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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